[김병수의 우울증 클리닉]

연인과 이별하고, 가족을 저 멀리 떠나보내면 일시적인 우울증에 빠진다.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하면 죽음과 맞먹는 심적 고통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증상이 아무리 심각해 보여도 “우울증에 걸렸다”고 속단하면 안 된다. 인간은 정서적 동물이므로 상실과 좌절을 겪은 후 우울해지는 것이 정상이다. 굳이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상황적 우울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때 느끼는 우울감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또한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런 기분은 대개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없어진다. 기분이 저조해졌어도 기쁨과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그런데 우울증에서 느껴지는 우울감은 정상적인 우울감과 다르다. 우울증에 걸리면 부정적 감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약해지지 않는다. 기운을 내거나, 기분을 밝게 하려고 발버둥 쳐도 쉬이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긴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폐만 끼친다고 믿는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 지은 것처럼 느낀다. 심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정상적인 슬픔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 정도의 과도한 자기 비난에 시달리진 않는다.
이런 증상들이 상당 기간(진단 기준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직장, 학교, 대인관계에서 활동이나 기능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을 때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심한 경우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근을 하거나 친구조차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도 함께 고통에 빠진다. 아무리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위에 설명한 동반 증상들이 뚜렷하지 않다면, 병적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또한 우울증 환자는 당연히 침울한 기분에 푹 젖어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베스트셀러였던 책 제목처럼 기분은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한데 떡복이는 먹고 싶을 수 있다. 비정형 우울증(atypical depression)의 흔한 양상이다.
비정형 우울증 환자는 멀쩡해보이고 곧잘 웃기도 해서 우울증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웃기도 하고 표정이 살아있는 것 같은데, 내면은 우울하다. 이런 상태를 두고 의학적으로는 ‘감정 반응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한다. 과거에는 증상이 심해서 입원하는 사례가 전형적이었는데 이러한 경우와 다르기 때문에 ‘비정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비정형 우울증이 드물거나 특이해서 명명된 명칭은 아니다.
비정형 우울증에서는 식욕의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폭식하기도 하고, 과다 수면이 나타난다.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납 마비(leaden paralysis)’ 증상도 흔하다. 몸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침대 속으로 푹 꺼져 들어가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더불어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인관계에 대한 과민성이다. 누군가의 무심한 태도나 가벼운 거절에도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 작은 무시가 큰 배신처럼 다가오고, 일상적인 거리감조차 버림받았다는 감정으로 확대된다. 이로 인해 관계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로 우울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비정형 우울증은 진단이 쉽지 않다. 겉으로는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때로는 활발해 보이기 때문이다. 환자 스스로도 우울증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와 무기력, 예민함을 겪는다. 주변에서는 게으르다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비정형 우울증 치료에는 전통적으로 MAOI 계열의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SSRI와 SNRI 계열 약물이 널리 사용된다. 인지행동치료나 대인관계치료가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와 예민성을 다루는 데 유용하다. 규칙적인 운동, 수면 관리, 균형 잡힌 식습관이 더해질 때 회복이 한층 빨라진다.
그런데 우울증에서 느껴지는 우울감은 정상적인 우울감과 다르다. 우울증에 걸리면 부정적 감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약해지지 않는다. 기운을 내거나, 기분을 밝게 하려고 발버둥 쳐도 쉬이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긴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폐만 끼친다고 믿는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 지은 것처럼 느낀다. 심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정상적인 슬픔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 정도의 과도한 자기 비난에 시달리진 않는다.
이런 증상들이 상당 기간(진단 기준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직장, 학교, 대인관계에서 활동이나 기능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을 때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심한 경우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근을 하거나 친구조차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도 함께 고통에 빠진다. 아무리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위에 설명한 동반 증상들이 뚜렷하지 않다면, 병적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또한 우울증 환자는 당연히 침울한 기분에 푹 젖어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베스트셀러였던 책 제목처럼 기분은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한데 떡복이는 먹고 싶을 수 있다. 비정형 우울증(atypical depression)의 흔한 양상이다.
비정형 우울증 환자는 멀쩡해보이고 곧잘 웃기도 해서 우울증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웃기도 하고 표정이 살아있는 것 같은데, 내면은 우울하다. 이런 상태를 두고 의학적으로는 ‘감정 반응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한다. 과거에는 증상이 심해서 입원하는 사례가 전형적이었는데 이러한 경우와 다르기 때문에 ‘비정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비정형 우울증이 드물거나 특이해서 명명된 명칭은 아니다.
비정형 우울증에서는 식욕의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폭식하기도 하고, 과다 수면이 나타난다.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납 마비(leaden paralysis)’ 증상도 흔하다. 몸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침대 속으로 푹 꺼져 들어가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더불어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인관계에 대한 과민성이다. 누군가의 무심한 태도나 가벼운 거절에도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 작은 무시가 큰 배신처럼 다가오고, 일상적인 거리감조차 버림받았다는 감정으로 확대된다. 이로 인해 관계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로 우울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비정형 우울증은 진단이 쉽지 않다. 겉으로는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때로는 활발해 보이기 때문이다. 환자 스스로도 우울증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와 무기력, 예민함을 겪는다. 주변에서는 게으르다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비정형 우울증 치료에는 전통적으로 MAOI 계열의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SSRI와 SNRI 계열 약물이 널리 사용된다. 인지행동치료나 대인관계치료가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와 예민성을 다루는 데 유용하다. 규칙적인 운동, 수면 관리, 균형 잡힌 식습관이 더해질 때 회복이 한층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