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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킨리/사진=한국애브비 제공
악성 림프종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번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는 맞춤형 세포 치료제가 급여 선택지로 자리 잡았지만 접근성의 한계가 크고, 이중항체 신약 또한 환자들이 제때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료 실패할수록 기대 여명 짧아져
림프종은 혈액세포의 하나인 림프구가 과도하게 증식해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이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은 대표적인 공격형 림프종으로, 비호지킨(악성) 림프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인 약 30%를 차지한다. 주로 림프 조직에 발병하지만 위장관·피부·뼈·중추신경계·갑상선·고환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러 차례 치료에 실패해 온 재발성 또는 불응성 환자는 평균 기대 여명이 약 6.3개월로 예후가 나쁘다. 초기 치료로 리툭시맙 기반의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약 60%의 환자가 유의미하게 암이 나아지지만, 약 30%의 환자는 암이 재발하며, 약 10%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불응성 환자다. 이 환자들은 암의 악화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면 종양의 급속한 성장과 전신 증상의 악화를 겪을 수 있다.

◇CAR-T 선택지 있지만… 국내 사용 장벽 높아
학계에서는 초기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기댈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은 2차 치료로 고용량 항암치료나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을 받지만, 효과나 적정 대상이 제한적이다. 특히 고령이거나 심장·간·신장 등 주요 장기에 질환이 있는 환자는 이식술을 견디기 어려워 다른 항암치료를 시도하기도 하나,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2차 치료를 받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암이 재발하는 환자에게는 3차 치료를 진행한다.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CAR-T(키메라항원수용체-T세포) 치료제 '킴리아'가 유일하다. 다른 CAR-T 치료제인 카빅티의 경우 사용은 가능하지만 비급여이며, 예스카타는 지난 8월에 허가된 만큼 급여 논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CAR-T를 처방할 수 있는 병원 또한 제한적이다. 준비와 투여까지 한 달 이상 소요돼 시급히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 CAR-T 치료가 가능한 기관은 14곳이며, 이중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면 2개 기관만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조형우 교수는 "CAR-T는 환자의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획기적 치료법이지만, 투여를 결정하고 나서도 세포채집·제조·투여까지 짧게는 1개월에서 1.5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질병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른 환자들의 경우 이 시간을 버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중항체, 대안으로 주목… "제도적 뒷받침 필요"
최근에는 대안 중 하나로 이중특이항체가 주목받고 있다. 이중특이항체는 두 가지 항원을 동시에 인식하도록 설계된 항체 치료제로, 처방 즉시 투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컬럼비·엡킨리 등의 선택지가 있다.

이중 엡킨리는 환자의 T세포(면역세포)가 림프종 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별도의 세포 채집이나 제조 과정 없이 완성품으로 제공돼 의료진이 처방을 결정하면 바로 투여할 수 있다. 엡킨리의 3년 추적 임상 시험 결과, 환자의 40%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를 보였고, 이 환자들을 포함해 60%에서 약제에 반응을 보였다. 상당수 환자에서는 그 효과가 장기간 유지됐다.

미국·유럽 등 주요 치료 기준 역시 기존에 두 번 이상 치료에 실패한 3차 치료 환자들에게 이중항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엡킨리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직 환자가 약제비를 전부 부담하고 있어 해외 권고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조형우 교수는 "재발성·불응성 림프종 환자에게는 시간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데, 치료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장벽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면 이는 환자에게 너무나 큰 불행"이라며 "효과가 입증된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 치료 공백을 줄이고, 국내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 세포 림프종 치료 환경도 한 걸음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