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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왓슨(78)은 자신이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병과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의 원인으로 축구 경기 중 반복적으로 입은 머리 부상을 지목했다./사진=데일리메일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왓슨(78)이 축구 경기 중 겪은 머리 부상이 누적돼 뇌질환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데일리메일은 데이비드 왓슨이 자신의 뇌질환이 선수 시절 반복된 머리 부상에서 비롯된 산업재해임을 인정받기 위해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왓슨은 알츠하이머병과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75%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CTE는 머리에 반복적인 충격이나 외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왓슨은 20년간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65경기에 출전했고, 그중 3경기에서는 주장 완장을 찼다. 그는 선덜랜드, 맨체스터 시티, 스토크 시티 등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했다. 왓슨 측은 선수 생활 중 공식적으로 기록된 머리 부상이 10차례에 달한다며, 이를 ‘직업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심 재판부 역시 인지 기능 저하와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왓슨 측은 다음 달 상급 재판부에 항소할 계획이다.


왓슨의 아내 페니 왓슨(75)은 “남편은 자신이 축구에서 이뤄낸 모든 것을 늘 자랑스러워했지만, 지금은 그가 사랑했던 경기가 오히려 그의 인생에 깊은 상처를 남긴 상황”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의 부상이 정당하게 ‘사고’로 인정받고, 공정한 판단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대변인은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산업재해 자문위원회가 프로 스포츠와 신경퇴행성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검토 중이며, 관련 권고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왓슨처럼 축구선수들은 퇴행성 뇌질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축구 경기 중 발생하는 강력한 헤딩, 다른 선수와의 충돌로 인한 뇌진탕, 무증상 충격 등이 반복적으로 뇌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과 CTE는 주로 뇌 전체에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발생한다. 반복적인 충격은 뇌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이로 인해 타우 단백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하고 엉겨 붙어 '신경섬유다발'을 형성한다. 결국 뇌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고, 심한 경우 뇌세포 파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1924년부터 2019년까지 엘리트 축구 선수 6000명과 비선수 5만6000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축구 선수는 일반인보다 치매 발병률이 50% 높았다. 특히 필드 플레이어(골키퍼 제외)는 알츠하이머와 기타 치매에 걸릴 위험이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와 CTE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반복적인 머리 충격을 피하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머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활동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 활동적인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하며, 차량을 탈 때는 안전벨트를 꼭 매는 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낙상 사고가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안 환경을 정리하고 미끄럼 방지용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거나 뇌진탕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