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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2025년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맘때가 되면 대화에서 꼭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벌써 또 한 해가…”라는 말이다. 그러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르네”라는 푸념 아닌 푸념이 이어진다.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시간의 물리적 속도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동일하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면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개개인마다 받아들이는 시간의 ‘주관적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오감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기반으로 시간을 인지한다. 시각, 청각, 후각 등을 이용해 감각 정보를 모아 통합된 사건으로 만들고, 시간 간격에 따라 배치하는 식이다. 흔히 말하는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이렇게 나열된 사건에 대한 주관적 ‘느낌’이다.


이 같은 시간의 속도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 기억의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뇌에서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신경회로에 가해지는 자극이 강해져 강한 기억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나이가 들면 도파민 분비량이 감소해 신경회로에 가해지는 자극과 기억의 강도가 모두 약해진다. 이로 인해 약하고 흐릿한 기억만 나열되다보면 강한 기억이 배열될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낀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뇌는 흥미롭거나 충격적인 일은 오래 기억하지만, 익숙한 일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반대로 아이들은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같은 시간 속에서 어른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카메라에 비유하자면, 어른들은 초당 프레임 수가 적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 있지만, 아이들은 슬로우모션 카메라처럼 초당 프레임 수가 많아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시간의 물리적인 속도를 조절할 순 없지만, 주관적인 속도를 더디게 만들어볼 수는 있다. 새로운 경험들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새로움이 곧 고자극과 쾌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 운동 등 새로우면서도 건강한 활동들로 반복되는 일상에 변주를 주면 된다. 앞서 설명했듯 단순 반복하는 일상은 주관적인 시간의 속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