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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광고 갈무리
최근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이름과 소속이 명확하지 않지만 의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는 광고가 많아졌다. 이들은 특정 제품을 홍보하며 ‘항생제 없이도 방광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루 한 알만 먹어도 전립선 크기가 정상으로 되돌아가도록’ 해 주겠다고 한다. 평소 이런 질환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보고 싶어진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의사일 수 있다. 광고 내용도 허위와 과장으로 가득하니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

◇실제 사진 바탕으로 만든 AI 가짜 의사 광고 “구분 어려워”
가짜 의사가 나오는 광고들은 AI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 주름이나 표정이 정교하다. 다수의 AI 영화·광고 제작 경험이 있는 한국AI영상제작협회 최재용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된 AI 광고 영상은 실제 인물 사진을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며 “AI 도구에 사진을 넣으면 그 사진 속 사람의 얼굴이 광고 모델로 나오도록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로 만든 인물 광고를 자세히 보면 음성과 입 모양이 잘 맞지 않는다”며 “그러나 전문 제작자가 아닌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 경우 ‘페이크체크’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광고의 한 장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AI를 활용한 조작 이미지일 가능성을 평가해볼 수 있다. 정확도가 100%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참고할 만은 하다. 페이크체크는 다섯 가지의 딥페이크(AI 기술을 활용해 조작된 이미지 또는 영상을 만드는 기술) 검사 툴을 통해 이미지의 AI 조작 가능성을 판단해주는 사이트다. 기자가 실제로 AI 생성 가짜 의사가 등장하는 광고 세 개의 이미지를 캡처해 페이크체크에서 검사한 결과, 딥페이크 여부가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반대로 아무 가공을 거치지 않은 실제 인물 이미지 세 개를 업로드하고 검사했을 땐, 모든 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의심 소견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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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가짜 의사 광고를 페이크체크에서 확인한 모습/사진=페이크체크 사이트 캡처
◇의료인 실명, 광고심의번호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
AI로 만든 가짜 의사가 등장해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영상인지는 광고 내용을 보고서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아래는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홍보이사에게 검수받은 내용이다.

우선, 광고에 등장한 의료인의 ‘이름’과 ‘소속 의료기관명’을 확인한다. 실제 의료인 등장 광고는 보통 소속 의료기관명과 의료인 이름을 실명으로 표기하지만, AI 생성 가짜 의사가 나오는 광고는 ‘박OO/비교의학과 전문의’ ‘S대 출신 소아비만 치료전문의 최OO의사’ 같은 식으로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는다. 기관과 이름에 대한 대략적 언급조차도 없이 가상 인물이 자신을 ‘비뇨기과 전문의’라고만 지칭하기도 한다.

둘째로,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의 희망 사항을 자극하며, ‘지나치게 극적인 효과’를 보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AI로 만든 의사가 등장하는 허위 과장 광고는 대개 “하루 한 알로 전립선 크기 정상화” “방광염이 재발하지 않는 체질로 바뀐다” 등의 말을 포함한다. 소비자가 믿고 싶은 말이긴 하나 실제로는 의학적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다.

셋째로, ‘의료광고심의 승인번호’가 영상 가장자리에 표기돼있지 않을 때도 의심해봐야 한다. 의료인이 등장하는 광고는 의료법 제57조에 따라 의료광고심의 대상이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 협회에서 심의를 맡고 있다. 심의 완료된 광고 이미지나 영상은 승인번호를 부여받고, 광고에 소비자가 식별 가능한 형태로 심의필번호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번호의 진위 여부는 대한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검색되면 심의를 받은 광고이므로 실제 의료인이 등장하는 광고가 맞다.

넷째로, 광고 속에서 특정 제품의 효과를 ‘보증’하거나, 제품을 ‘추천’하는지를 확인한다. 식품표시광고법 시행령에 따라 의료인은 개별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하거나 제품을 추천하는 광고를 할 수 없다. 그러나 AI 생성 광고에 나오는 가짜 의사들은 특정 제품을 노골적으로 추천하는 경우가 잦다. 제품을 대놓고 제시하지는 않더라도, ‘특허 성분’을 추천하다가 광고 말미에 ‘한국에는 이 성분을 함유한 제품이 하나밖에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 궁극적으로는 제품을 추천한다.


◇의학적 효과 표방하는 허위·과장 광고, 제재 모니터링 어려워
현행법상 실제 사람인 ‘의료인’이 나올 때에만 의료광고심의 대상이다. 가짜 의사 같은 AI 생성 가상 인물은 의료광고심의 대상이 아니다. 최근 불거진 일이다 보니 AI로 만든 의사가 등장하는 광고를 의료광고심의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논의되기도 이르다. 그나마 AI로 만든 콘텐츠에 ‘AI로 생성한 영상·이미지’임을 워터마크나 고지로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인공지능 기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2026월 1일부터다.

게다가 질병 치료 등 의학적 효과를 표방하는 화장품·식품 허위 과대 광고는 실제 의료인 또는 AI 생성 가짜 의사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광고에 ‘성기능 개선’ ‘키 성장’ ‘지방 분해’ ‘항염’ 등 질병 치료 효과와 관련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미 이런 광고가 널리 이뤄져 왔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1년간 화장품 영업자 대상 행정처분 427건을 분석한 결과,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광고가 164(38%)건, 기능성 화장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광고가 36건(8%)이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앞선 4월 SNS에서 숏폼 콘텐츠로 광고하는 식품 225건을 점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식품 147건을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처럼 혼동시키는 광고 69건(47%) ▲식품이 질병의 예방·치료에 대한 효능·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 58건(40%) ▲거짓·과장 광고 11건(8%) ▲소비자 기만 광고 5건(3%) ▲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 광고 4건(3%)이었다.

이처럼 실제 의료인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의학적 효과를 표방하는 식품·화장품의 허위·과장 광고는 식약처에서 모니터링해 적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모니터링 인원 1인당 하루에 12건 정도 적발이 가능한데, 지금은 식품·건강기능식품 분야에 인원이 14명, 화장품 분야에 인원이 2명이다.

◇“AI 이용한 모니터링 검토 … 가짜 의사 AI 광고도 단속”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지금은 소비자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수밖에 없다. 김성근 홍보이사는 “아직은 AI를 이용한 가짜 의사가 나오는 광고를 제재할 방안이 마땅치 않으니, 의료 광고를 접할 시 기사에 언급된 항목들을 통해 허위·과장 광고인지 판단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AI를 도입해 허위·과장 광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모니터링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사이버조사팀에서 의약품, 마약류 불법 유통 점검을 위한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추후 식품 분야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또한, AI 생성 가짜 의사가 나오는 광고 영상은 소비자가 실제 의사가 제품을 추천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비자 기만 부당 광고에 해당하며, 지속 점검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니터링 인력 충원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