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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사진=KRPIA 제공
학계에서 약가 협상 시 신약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이어, 환자단체에서도 실제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자단체와 의료계, 산업계는 해외 대비 뒤처진 국내 신약 사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환자 접근권 보장의 필요성을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환자단체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권 보장해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지난 24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채빛섬에서 창립 25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환자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내일 포럼' 세션에서는 해외 대비 낮은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KRPIA에 따르면, 미국·유럽 등 주요 해외 국가에서 허가를 획득한 신약 중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획득한 비율은 33%에 불과하다. 실제 환자들의 약제 사용 여부를 가르는 건강보험 급여는 적용 비율이 22%로 더 낮다. KRPIA 최인화 전무는 "지난 25년간 중증·난치·희귀·만성질환을 아우르는 83%의 신약을 국내에 공급해 왔다"며 "질환의 고통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혁신 신약에 대한 원활한 접근이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또한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아져야 하며, 환자기본법 제정·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는 "환자는 단순한 제도 수혜자가 아니라 제도 설계에 참여하는 정책 주체다"며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환자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日, 신약 제도 개편으로 접근성 제고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 후생노동성 의정국 의료과 후지하라 가이타 부장이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후지하라 부장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신약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2년에 한 번 제도 개혁을 진행한다. 최근 개혁은 작년에 진행됐고, 차기 개편은 내년에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개혁의 핵심은 '신속도입 가산 제도'의 신설이다. 신속도입 가산 제도는 해외 국가보다 빠르게 일본에 먼저 도입된 신약에 대해 약가를 추가로 산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임상시험을 다른 나라보다 늦지 않게 일본에서 시작하고, 승인 신청과 승인도 다른 나라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지지 않게 진행하는 품목이 주요 가산 대상에 포함된다.

기존 '선구적 가산' 제도가 일본에서 개발된 의약품에만 적용됐다면, 신속도입 가산 제도는 해외에서 먼저 승인된 신약도 일본 내 신속하게 도입할 경우 가산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후지하라 부장은 "드럭 래그(약물 도입이 해외 대비 4~5년 지연되는 현상)와 드럭 로스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신약창출 가산 제도'도 개정했다. 이는 약가를 개정할 때 가격 하락을 대폭 완화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기업 요건과 지표에 따라 완화 폭을 결정했다면, 개정 후에는 기업 요건과 상관없이 개정 전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후지하라 부장은 "개정된 신약창출 가산 제도는 인하된 약가를 가산을 통해 원래 가격으로 되돌리는 구조다"며 "가산액 누적, 후발의약품의 시판 또는 등재 15년 후에 누적분을 차감한다"고 말했다.

일본 제약업계에서 활동 중인 업계 관계자 또한 제도의 특징에 대해 언급했다. 일본 BMS 대외협력부 유니스 김 부사장은 "일본 산업은 약가 제도를 개정할 때 제도가 제약산업을 더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본다"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에 걸쳐 미국·유럽에서 출시된 약 중 일본에 도입되지 않고 있는 비율이 점점 떨어지면서, 치료 혜택 손실에 대한 개념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