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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사 제공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늘어나는 비만 치료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개발 중인 신약을 생산할 새로운 공장을 짓는가 하면, 이미 출시한 제품의 생산량을 확대하고자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릴리, 美 텍사스에 공장 건설… 10조원 투자
4일 업계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개발사 일라이 릴리는 미국 텍사스 주에 65억달러(한화 약 9조734억원)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고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릴리는 이 공장에서 새로 개발 중인 경구용(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생산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차세대 활성 의약품 성분(API, 원료의약품)을 제조할 예정인데, 이는 주로 GLP-1 치료제와 같은 저분자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

새로 짓는 공장에서는 AI(인공지능), 디지털 시스템, 고급 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텍사스 지역 대학교와 협력해 교육 프로그램에 공장을 활용하는 등 인재 창출에도 힘을 쏟는다. 릴리 에르가르도 에르난데스 사장은 “새로운 화학 합성 시설을 통해 첨단 제약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보·로슈, 생산시설 확대 위해 대규모 투자
현재 비만약을 개발하거나 개발 중인 제약사들은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생산시설을 늘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비만약 ‘위고비’의 개발사이자 릴리의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경우 지난 7월 중국 톈진 공장 확장을 위해 1억1000만달러(약 1535억4900만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총 건축 면적은 약 5500평 규모로, 2026년 말까지 화학·미생물·생물학 연구·개발 관련 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새 공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약품을 개발할지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노보 노디스크 톈진 공장은 최근 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 등의 프리필드(사전충전형) 주사 생산과 무균 약품 제조에 집중한 바 있다.

지금까지 노보 노디스크가 톈진 공장에 투자한 금액은 14억달러(약 1조9545억원)에 달한다. 2023년 1억6000만달러(한화 약 2233억7600만원)를 투자해 프리필드 주사 생산 라인을 도입했고, 2024년에는 무균 주사제 생산에 약 5억6000만달러(약 7818억1600만원)를 투자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 또한 지난 5월 미국 내 비만 치료제 제조 확대를 위해 7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로슈가 발표한 미국 생산시설에 대한 500억달러(약 69조82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의 일부기도 하다. 당시 로슈는 미국 내에 신규 비만 치료제 생산시설을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슈 계열사 제넨텍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홀리 스프링스에 6만5032㎡(약 1만9672평) 규모의 의약품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로슈와 제넨텍의 차세대 비만 치료제 대량 생산과 마무리 공정을 수행할 예정이다. 제넨텍은 신공장 가동과 부지 개발 과정에서 1900개 이상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넨텍 애슐리 마가르지 CEO는 “공장 건설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글로벌 의약품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오젬픽, 마운자로, 카그리세마, 젭바운드, 위고비 등의 대사성 질환 치료제들은 2030년까지 1000억달러(약 139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전세계 매출 상위 10위 의약품 역시 이들 의약품이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