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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 병리과 이혜승 교수/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위암 환자에서 혈액을 타고 간, 폐, 뼈, 부신 등으로 퍼지는 ‘혈행성 전이’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적 특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위암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흔한 암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은 전이다. 전이는 크게 림프절·복막·혈행성 전이로 구분되며, 혈행성 전이가 발생하면 예후가 나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떤 환자가 혈행성 전이에 취약한지 미리 알 방법이 없었다.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와 병리과 이혜승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이승호 임상강사, 유자은 연구원)은 위암 수술 환자 64명의 종양 조직을 정밀 분석해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자 아형을 규명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17개 유전자 기반 모델을 개발·검증한 연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환자 종양에서 추출한 RNA를 이용해, 위암을 유전자 발현 양상에 따라 두 가지 아형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전이 위험이 큰 ‘줄기세포성(stemness)’ 아형과 상대적으로 전이 위험이 낮은 ‘위 점막형(gastric)’ 아형이 확인됐다.


64명 환자 코호트 분석에서 줄기세포성 아형은 줄기세포성 아형은 혈행성 전이 위험을 약 2.9배 높이는 독립적 예후 인자로 확인됐다. 위 점막형 아형 환자보다 혈행성 전이가 더 일찍 발생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복막 전이와 전체 생존율에서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어서 머신러닝 기반 생존 모형을 활용해 혈행성 전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17개 핵심 유전자(줄기세포성 10개, 위 점막형 7개)를 선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별 위험을 수치화한 ‘혈행성 전이 위험 점수(risk score)’를 개발했다. 이 점수는 줄기세포성 유전자 발현 값에서 위 점막형 유전자 발현 값을 뺀 값으로 산출되며, 0.15를 기준으로 고위험군(≥0.15)과 저위험군(<​0.15)으로 분류된다. 세 개의 외부 코호트와 환자 유래 이종이식 모델 51개를 이용해 검증한 결과, 위험 점수상 혈행성 전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집단은 저위험군보다 혈행성 전이가 발생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이 유의하게 짧았다.

박도중 교수(위장관외과)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위암에서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자 아형을 규명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전이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외과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