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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음주가 위험 인자인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진행되면, 사타구니 통증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도한 음주는 여러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만, 특히 남성에게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질환을 잘 유발한다. 이 병은 허벅지뼈 끝부분(대퇴골두)에 혈액 공급이 차단돼 뼈 조직이 괴사하는 것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환자 수는 적지 않다. 국내에서만 매년 약 1만4000명이 새로 진단받으며, 남성은 여성보다 4~8배가량 더 많이 발병한다. 괴사 부위에 체중이 계속 실리면 골절로 이어지고 고관절이 손상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술·스테로이드가 주요 위험 요인
이 질환은 흔히 ‘뼈가 썩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뼈 일부가 혈류 차단으로 괴사하는 것으로 감염처럼 퍼지지는 않는다. 괴사만으로는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지나 괴사 부위가 무너지면서 골절이 발생할 때 비로소 증상이 시작된다.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권순용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호소하는 건 사타구니 통증"이라며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주변부 골절까지 이어지면 사타구니나 고관절이 아파 다리를 절뚝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진행되면 양반다리가 어렵고, 심한 경우 다리 길이가 짧아진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권 교수는 "외상이나 가족력 외에도 과도한 음주와 스테로이드 사용이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 꼽힌다"며 "피부병이나 전신 질환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스테로이드를 지나치게 복용하면 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 이식 환자, 만성 신장 질환자, 루푸스 환자, 잠수병 병력자, 방사선 치료나 HIV 감염자도 위험군에 속한다.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진행 땐 인공관절 수술 필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뼈 조직이 일부만 죽고, 통증 등 큰 문제가 없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 지켜볼 수 있고, 보조 치료만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권순용 교수는 "손상이 심하거나 괴사가 광범위하면 인공 고관절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50~60대 이상 환자는 통증이 심하다면 수술이 효과적이고 예후도 좋은 편이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대퇴골두 전체를 교체하지 않고 연골만 제거 후 금속으로 덮는 표면치환술을 선택할 수도 있다.

고관절 질환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증으로 움직임이 제한되면 욕창, 패혈증, 혈전, 뇌졸중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고관절 골절까지 이어질 경우 환자의 3분의 1이 수술 후 2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사타구니가 이유 없이 아프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남성, 그중에서도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절뚝거림 같은 증상을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권 교수는 "평소 고관절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음주를 줄이고 불필요한 스테로이드 사용을 피하며, 단백질 섭취와 규칙적 운동으로 골절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양반다리를 피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