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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사진=연합뉴스DB
약국 문을 열면 매대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피로회복 세트’가 있다.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서너 가지 의약품을 세트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약국마다 구성도 각양각색이다. 문제는 효과다. 정말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걸까?

◇노인부터 회사원, 학생까지… 카페 대신 약국 찾아
약국에서 판매하는 피로회복 세트의 주 소비층은 단기간 피로회복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기력이 없는 노인, 야근이 잦은 회사원,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 등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트는 주로 고함량의 비타민B나 아르기닌 등 에너지 대사에 효과가 있는 성분으로 구성됐다. 비타민B는 육체 피로와 체력 저하, 근육통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르기닌은 몸 전체의 대사를 활성화하는데, 그중에서도 간 대사 기능을 높인다.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개선해 활력을 충전하기도 한다. 근육을 새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손상된 근육의 회복 속도를 높여, 운동 전후로도 섭취하면 좋다.

아르기닌의 경우 체내로 들어가 산화질소로 변하면 혈류가 늘어나 영양·산소 전달을 돕고, 간접적으로 ATP(아데노신삼인산) 생성 또한 촉진한다. 단백질·탄수화물과 함께 섭취하면 위장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할 수 있다.

제품에 포함된 각 성분이 상호작용하지는 않지만, 각각 역할을 해 더 효율적으로 피로 회복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지솔약국 오인석 약사는 “비타민B·아르기닌·타우린·카페인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을 여러 개 복용한다고 시너지 효과가 생기진 않지만, 빠르게 활력을 북돋아 주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잘 쓰면 효과 있지만… ‘이런 사람’은 조심해야
피로회복 세트에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없으므로 기본적으로 안심하고 먹어도 괜찮다.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음식·음료도 없다. 일반적으로 피로회복을 위해 찾는 자양강장제 단일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을 뿐, 일반 복용량으로 큰 부작용이나 치명적인 반응을 유발할 만한 성분은 없다.

다만, 카페인이 함유된 피로회복제를 복용했다면 당일은 추가로 커피 등의 카페인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은 과다 복용으로 인해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효과가 좋고 안전한 피로회복 세트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시적인 각성이나 단기적인 피로감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면 부족·피로 누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한다. 만성적으로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게 우선이다. 평소 기력이 없고 피로할 경우 충분한 휴식과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오인석 약사는 “피로회복 세트는 ‘피곤하지만 오늘은 꼭 깨어있어야 한다’ 싶은 날에만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약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왜 이렇게 늘 피곤한지 고민해보고 충분한 영양 섭취·숙면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만성피로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