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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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 바잔달​과 무크타모니가 우취성 표피이상증을 겪은 모습./사진=데일리메일
온몸에 나무껍질 같은 사마귀가 자라는 희귀질환, 이른바 ‘나무인간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은 피부가 나무껍질처럼 변해 고통받는 사람 세 명의 사례를 소개했다.

첫 번째 인물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 남성 마흐무드 탈룰리(50)다. 그는 10년 넘게 손을 전혀 쓰지 못할 만큼 온몸에 수천 개의 병변이 생겼다. 만성 통증에 시달리던 그는 2019년 수술로 병변을 제거하고 피부 이식을 받아 손 기능을 회복했다.

두 번째 인물은 방글라데시 출신 남성 아불 바잔달(37)이다. 그는 손발의 사마귀를 없애기 위해 2016년부터 무려 25차례 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약 5kg에 달하는 사마귀를 제거하며 상태가 호전되는 듯했지만, 2019년 다시 악화해 병원 치료를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방글라데시 출신 소녀 무크타모니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오른쪽 가슴부터 손까지 피부가 갈색으로 변해 손을 쓸 수 없었고, 결국 2018년 12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이들을 괴롭힌 ‘나무인간 증후군’은 어떤 질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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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취성 표피이상증 때문에 피부가 나무껍질처럼 변한 탈룰리의 손./사진=하다사 의료 센터
◇피부에 갈색 혹 퍼지면서 나무껍질처럼 변해
나무인간 증후군의 정식 명칭은 ‘우취성 표피이상증(Epidermodysplasia Verruciformis)’이다. 우취성 표피이상증은 피부에 갈색 혹이 계속 생기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이다. 유아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목·얼굴·손발 등 햇볕에 잘 노출되는 부위에서 무사마귀와 비슷한 갈색 혹이 생기면서 시작한다. 이 혹은 빠르게 퍼져 서로 겹치며 나무껍질 같은 모습을 띤다. 혹이 신경을 압박하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환자들은 유전자 변이 때문에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만성적으로 감염되기 쉽다. HPV는 사마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현재까지 100종 이상이 보고됐다. 미국 미시간의 성형외과 전문의 앤서니 윤은 우취성 표피이상증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매우 드문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부모에게서 유전된다”며 “이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HPV에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HPV 감염은 면역력을 약화시켜 피부 조직이 과도하게 증식하도록 만든다.


◇일부 환자는 피부암 발병하기도
우취성 표피이상증은 표준 치료법이 아직 없다. 환자들은 –184°C에서 –128°C 사이의 액화질소 증기를 이용하는 ‘크라이오테라피’와 레티노이드 크림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받지만, 효과는 개인차가 크다. 증상의 진행 속도가 빠르면 수술로 해당 부위를 제거하기도 한다. 미국의사협회지에 따르면, 우취성 표피이상증 환자의 30~50%는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취성 표피이상증은 전염성이 없다. 다만,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게 좋다. 2017년 유럽 피부과/성병학회 저널(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에서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우취성 표피이상증 환자는 전 세계 500명 미만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