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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용의료 시장에서 비용을 미리 내고 여러 차례 진료받는 ‘선납 진료’ 관행이 확산되면서 소비자 분쟁이 늘고 있다.

◇피부과·성형외과 진료 분야에서 주로 발생
19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과 공동으로 피부미용 시술을 주로 하는 전국 체인형 의료기관 17개를 대상으로 약관 및 가격 표시·광고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당수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계약서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2021~2024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선납진료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115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2021년 88건에서 2022년 190건(115.9%↑) 2023년 423건(122.6%↑)  2024년 449건(6.1%↑)으로 늘었다. 신청이유는 ‘계약해제·해지 시 위약금’ 피해가 83.1%(956건)로 대부분이었고, 진료 분야별로는 피부과·성형외과가 66.3%(762건)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조사 대상의 76.5%, 계약해제·해지 제한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선납진료 이용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사 대상 17개 의료기관 중 11개(64.7%)가 소비자의 계약 중도해지 및 환불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또 10개 의료기관(58.8%)은 위약금을 소비자분쟁해결기준(10%)보다 높게 설정했으며, 일부는 최고 30%까지 부과하고 있었다. 또한 일부는 주소 이전이나 공사 등으로 인해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환불을 제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의료행위로 인한 부작용이나 사고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조사 대상 의료기관 17개 중 5개(29.4%)가 부작용 발생 시 과실이나 원인과 상관없이 일정 회복 기간 동안 의료기관의 책임을 제한하거나, 환불 후 문제 발생 시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배제하고 있었다.


◇계약서 미교부 많아 계약 해지 시 분쟁 우려
선납 진료 경험이 있는 소비자(501명)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4.7%(324명)는 계약 시 ‘선납 조건으로 금액 할인 등을 받았다’고 응답했지만, 이 중 ‘진료비 환불 기준을 안내 받았다’는 경우는 29.0%(94명)에 불과했다.

선납 진료 계약 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52.3%(262명)였으며, ‘계약서를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23.8%(119명)에 그쳤다. 의료기관 선택 시 고려 요소로는 ‘시술 비용’이 52.9%(265명)로 가장 많았으며, ‘시술 후기 등 평판’ 35.9%(180명), ‘의료진 전문성’ 32.3%(162명)의 순이었다(1·2순위 중복응답).

소비자들이 비용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기간 제한 없이 가격 할인을 하고 있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여지가 컸다. 실제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조사대상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주요 피부미용 시술 3종의 가격을 1개월 주기로 조사한 결과, 가격 확인이 가능한 14개 사업자 중 92.9%(13개)가 상시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할인율은 최저 17.1%, 최고 49.5%(평균 38.4%)였는데, 매월 조사 시마다 월간 단위의 이벤트 기간이 갱신되고 있어 실제로는 수개월 간 동일 할인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특정 기간에만 적용되는 할인 혜택이라 여길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와 공유하고, 전국 체인형 미용 시술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에게는 ▲반드시 계약서를 받아둘 것, ▲환급기준을 꼼꼼히 확인할 것, ▲‘특별 가격 할인’, ‘서비스 이벤트’ 등의 광고에 현혹되어 충동 계약하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선납진료 관련 소비자 피해를 지적한 뒤 관계 기관(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과 실무 협의를 이어왔다”며 “국민 건강과 미용을 위한 의료서비스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당한 약관으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불공정한 거래로 피해를 초래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