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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성 릴리는 67세였을 당시 뇌종양으로 집에서 쓰러졌다 깨어난 후 자신을 41세로 착각하는 증상을 겪었다. 알고 보니 뇌종양 때문으로 밝혀져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사진은 수술 후 릴리의 모습. /사진=더 미러
뇌종양으로 집에서 쓰러진 후 자신이 원래 나이보다 26년이나 젊어졌다고 착각하며 살아간 7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8일 영국 매체 더 미러에 따르면, 영국 플리머스에 사는 글렌 릴리(71)는 2021년 집에서 쓰러졌다 깨어났을 때 자신이 실제보다 26살 젊다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67세가 아닌 41세라고 확신하며 성인이 된 아들들이 여전히 10대라고 믿었다.

증상이 지속되자 가족에 의해 병원을 찾은 그는 정밀 검사를 받았고, 스캔 결과 뇌 안에 자몽 크기 종양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그에게 응급 수술을 받지 않으면 6개월 내 사망할 수 있다고 했다. 릴리는 “2017년부터 이명과 어지럼증을 호소했지만, 당시 이비인후과 검진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소견만 들었다”며 “그때 발견하지 못해 종양이 계속 커진 것 같다”고 했다.

릴리는 11시간의 수술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나, 청력 일부 상실, 시력 저하, 만성 두통 등 후유증이 생겼다. 여전히 재발 위험이 남아 있지만, 그는 현재까지 4년째 건강을 유지 중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뇌종양 위치·크기·종류에 따라 증상 달라
릴리가 겪은 뇌종양은 뇌와 주변 조직을 포함해 두개골 안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말한다. 발생 위치와 크기,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정상준 교수는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위치에 따른 뇌의 기능이 모두 다르다 보니 같은 형태, 같은 크기의 종양이라도 증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고, 기능적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에 종양이 생기면 한쪽 팔다리에 점차 마비가 오는 편마비가 나타날 수 있고, 언어 중추를 침범하면 실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종양이 커지면서 대뇌 피질을 자극하면 뇌전증(간질)이 생길 수 있고, 뇌신경을 압박하면 시력 저하나 안면 마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소뇌에 종양이 생기면 어지럼증이나 균형 장애가 동반될 수 있으며, 종양 주변의 부종이나 뇌척수액 흐름이 막히면 뇌압 상승으로 심한 두통과 구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릴리의 경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뇌종양이 기억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나 측두엽에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종양이 이 부위를 압박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왜곡하거나, 현재의 나이와 시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고 의료진은 추측했다.

◇수술·방사선 치료·항암요법으로 치료
뇌종양 치료는 크게 ▲외과적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요법으로 나뉜다. 치료 방법은 종양의 종류·크기·위치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외과적 수술은 종양을 최대한 안전하게 제거하는 방법으로, 뇌 기능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을 제거하는 게 목표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이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수술 후 남은 종양 세포를 없애는 데 쓰인다. 항암 화학 요법은 종양이 악성일 때 경구약이나 주사 형태로 진행되지만, 뇌혈관 장벽이 약물 침투를 막기 때문에 일부 종양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