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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김똘똘이 부모님께 커밍아웃한 뒤 ‘탈동성애 치료’를 권유받았다고 털어놨다./사진=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방송화면 캡처
유튜버 김똘똘(33)이 부모님께 커밍아웃한 뒤 ‘탈동성애 치료’를 권유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 김똘똘은 “중학교 전교 1등, 과천외고 일본어과,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며 “태권도도 배우고 공부도 열심히 한 이유는, 남들과 다르다는 걸 일찍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직감적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았고, 무시 안 당하려면 공부 잘해서 대단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똘똘은 부모님과의 갈등도 털어놨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는 그는 “친구들에게는 말했는데, 부모님께는 20대 후반에 커밍아웃했다”며 “유튜브를 통해 우발적으로 밝혔다”고 했다. 이어 “집에서 난리가 났다”며 “엄마가 ‘탈동성애가 가능하다더라’라며 치료를 권유했고, 배신감 때문에 6개월 동안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4년 가까이 만나지 않았지만, 결국 재회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안심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화해 과정을 전했다.

김똘똘이 권유받았다는 ‘탈동성애 치료’는 흔히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라고 불린다. 이는 동성애·양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려 하거나, 성 정체성을 억압·수정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일부는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 형식을 띠지만, 전기충격, 혐오 자극 노출, 강제 종교의식, 성별 고정관념에 맞춘 행동 훈련 등 극단적 방식이 동원되기도 한다. 주로 보수적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시행돼 왔다.

다수의 연구는 전환 치료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바꾸지 못한다고 결론짓는다. 실제로 2021년 영국 정부의 조사에서 일부 참가자가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했지만, 자기 보고 중심·비무작위 연구 등 방법론적 한계로 신뢰도가 낮다. 오히려 전환 치료에 노출된 청소년과 성인은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 약물 남용 등 정신건강에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됐다.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을 비롯한 해외 연구에서는 치료 경험자 다수가 “삶의 질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심리학회, 영국정신과학회 등 주요 의료·정신건강 단체들은 전환 치료를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행위로 규정하며 중단을 권고하고 있다. 캐나다·프랑스·독일·뉴질랜드·스페인 등은 법으로 전환 치료를 금지했으며, 미국 일부 주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 전환 치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성애가 질환이라는 인식도 이미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동성애 진단명을 정신질환 분류에서 삭제하며 “동성애가 그 자체로 판단력, 안정성, 직업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어 1990년 WHO 역시 국제질병분류(ICD)에서 동성애를 삭제해, 의학적으로 완전히 탈병리화했다.

국내에는 아직 전환 치료를 금지하는 법적 장치가 없다. 일부 종교 단체나 상담소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도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인권단체들은 이를 “정신건강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유엔 자유권위원회와의 협의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보호 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반면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여전히 효과를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원장은 “동성애는 환경보다는 유전적 요인이나 태아기 성호르몬 노출 같은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그래서 전환 치료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대부분이고, 전문가들 역시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