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한승석·윤동환 교수,서울의대 홍민기 학생/사진=서울대병원 제공
항생제, 항암제, 진통제 등 일부 약물이나 신독성 물질은 신장의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심각한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일한 용량의 약물이나 물질에 노출되거나, 신장 기능에 큰 차이가 없더라도 염증 반응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지금까지는 이런 차이를 예측하는 도구가 없어 신장 손상을 예측·예방하거나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 신장에 오래 거주하며 병원균을 제거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면역 세포인 ‘신장 거주 대식세포’가 면역 항상성을 조절하는 특이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약물 및 신독성 물질에 대한 반응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한승석 교수팀(홍민기 서울의대 학생, 윤동환 교수)이 규명했다.

신장 내 다양한 면역세포를 분석해 왔던 연구팀은 여러 모델에서 신장 면역 항상성을 조절한다고 밝혀진 ‘신장 거주 대식세포’에 주목했다. 이 대식세포의 분포 차이가 사람마다 서로 다른 신장 염증 반응을 결정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정확한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신장 거주 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장기간 제거하고, 다른 대식세포(침투 대식세포)와 면역 세포는 그대로 남아있는 마우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거주 대식세포 결핍군 및 정상 대조군의 신장을 6주 이상 관찰하고, 오믹스 기법으로 신장 조직 변화와 염증 반응을 확인했다.

그 결과, 거주 대식세포 결핍군의 신장에는 시간이 지나며 사멸 세포 잔해물이 축적됐다. 이 현상은 주변 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해 신장 노화와 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p53 물질의 발현과 신장 손상 지표(KIM-1, NGAL)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 정상 대조군의 신장 거주 대식세포는 사멸 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AXL 단백질’을 발현했다.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사멸 세포 포식 기능을 수행하고, 주변 신장 세포의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신독성 물질에 의한 염증 반응으로 신장이 손상된 환자 27명의 신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신장 거주 대식세포의 분포가 많을수록 면역 항상성 유지 기능에 의해 염증 반응이 낮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 결과는 항생제, 항암제, 진통제 등 약물 혹은 신독성 물질에 대한 신장 염증 예측 모델 구축과 관련 면역 손상 치료제 개발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승석 교수(신장내과)는 “항생제나 항암제가 모든 환자에서 동일하게 신장 기능을 저하하는 것은 아니며, 신장 내 거주 대식세포의 분포가 감소한 일부 환자에서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신장 염증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콩팥병, 당뇨병콩팥병, 신장 노화 연구 분야로 확장해 신장 면역 연구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결과는 국제신장학회 공식 학술지(Kidney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