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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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병욱 박사 작품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라”라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구하는 자는 얻게 된다는 말입니다. 환자에게 저는 늘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을 믿으라고 하지요. 진리는 언제나 단순합니다. 하늘은 언제나 단순하게 돌아가는데, 인간이 너무 복잡하게 사는 겁니다. 단순한 곳에 길이 있고 생명이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걱정과 근심이 많아집니다. 특히 모두가 잠든 밤만 되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고 잠이 안 오고 현기증이 나고…. 이 모든 증상은 걱정이 부른 것입니다.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걱정은 더 큰 걱정을 부르고 주변 사람들까지 걱정하게 할 뿐이지요. 모든 것은 생각의 차이가 결정합니다. 투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험생들이나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강한 암시가 필요하듯, 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투병을 도울 수 있는 강한 암시가 필요합니다. ‘왜 하필이면 열심히 사는 내가 암에 걸렸는가! 하늘도 무심하다!’라고 생각하면 하늘이 정말 무심하게 됩니다. 분노와 회한을 담고 있으면 운명은 그쪽으로 흘러가게 마련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건 너무나 고독한 일입니다. 많은 의사가 암에 걸렸을 때 신앙이 있다면 투병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사람이 스스로 깨우쳐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약한 존재입니다. 본인의 약함을 인정하고, 인간을 만든 강한 분에게 기대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스스로 풀지 못하는 문제를 전능한 분에게 풀어달라고 맡기는 겁니다.

신앙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 병을 이길 힘도 얻게 됩니다. “하나님이 나를 낫게 해주십니다. 나는 참 행복합니다”고 기도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여러 종교 중에도 하늘을 의지하기를 권하는 것을 제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하늘에 맡겨 버리고 주어진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라고 권합니다. 약 잘 먹고, 치료 잘 받고, 밥 잘 먹고, 감사하고 좋은 일만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나를 돌보는 보호자에게 한 번 더 감사의 말을 하고, 파란 하늘을 한 번 더 보며 그 아름다움을 느껴 보고, 즐거웠던 일을 추억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환자에게 부작용이 전혀 없는 천연 항암제이자 면역 증강제입니다.

암 환자는 어떤 것들에는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능력 밖의 것에는 미련을 버리고 포기하는 자세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받지 못하는 치료에 대한 미련이나, 암 자체에 대해 걱정해 봐야 아무런 해결책이 없습니다. 걱정은 짊어지면 짊어질수록 그 무게가 무거워집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빠졌다는데… 내일은 얼마나 너 나빠질까?”

이것만 해도 이미 어제 몫의 걱정에다 오늘 몫의 걱정, 내일 몫의 걱정이 더해진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암에 걸렸을까?’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까?’ ‘고통은 얼마나 극심할까’와 같이 답이 없는 걱정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낙담시키고, 급기야 영혼을 갉아먹습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기 때문입니다.


답이 없는 걱정에 휩싸여 벌벌 떨며 잠을 못 자면 자신만 손해라는 건 바로 몇 시간 안에 증명이 되곤 합니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환자는 아침에 피 검사를 하면 면역 수치를 비롯한 혈액 수치 등 각종 수치가 떨어져 있습니다.

“어젯밤에 잠 못 잤지요? 뭘 그렇게 걱정하시느라 잠을 못 주무셨습니다?”
“못 잔 건 어떻게 아세요?”
“다 나와 있습니다. 또 수치 떨어졌다고 걱정하지 말고 잠을 자세요. 잠을 제대로 안 자니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회진할 때 저는 차트를 보며 수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인상을 쓰면서 심각하게 차트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런 의사의 행동 하나하나를 환자는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관찰하는 것처럼 환자도 의사를 관찰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보는 것보다 환자가 의사를 보는 게 더 예민하지요.

심각한 표정으로 차트를 열심히 보면 바로 ‘안 좋구나’라는 걸 환자나 보호자들은 간파합니다. 투병 기간이 길어지면 환자의 눈치는 그 어떤 탐정보다 뛰어나게 됩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웃으면서 농담하거나 왜 잠을 못 잤느냐고 그 이유를 묻습니다. 그러면 환자들은 대부분 제대로 자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뭘 걱정합니까? 걱정해 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데요. 하나님께 모두 맡겨 버리면 됩니다. 기도합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온 마음을 모아 환자의 걱정을 몰아내기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기도하는 동안, 제 기운은 환자에게 전달됩니다. 그가 하나님을 믿지 않더라도, 제가 온 힘과 정성을 모아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믿습니다.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믿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환자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고마워합니다.

걱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기 최면도 도움이 됩니다. 누군가 강력하게 자신을 이끌고 돕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합니다. 이때 하나님만큼 든든한 뒷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낫는다’ ‘나는 하나님이 낫게 해주신다고 단순하게 믿는 믿음’이 종종 기적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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