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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거나 전날 성관계를 한 사람은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맥주를 마신 사람은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연구진은 2023년 8월에 열린 네덜란드의 유명 음악 축제 ‘로우랜드’ 현장에서 약 5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생활 습관과 전날의 행동에 대한 설문을 작성한 뒤, 모기가 든 특수 상자에 팔을 넣는 실험에 참여했다. 이 상자는 모기가 사람의 팔을 직접 무는 대신, 피부에서 나는 냄새만 맡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이중 냄새 유도 장치’로, 참가자의 팔은 아크릴 판 등으로 완전히 차단돼 있었다.

모기들은 오직 후각을 통해 참가자의 체취를 인식할 수 있었고, 연구진은 모기가 어느 참가자의 냄새에 더 많이 반응해 날아드는지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실제로 모기에 얼마나 ‘잘 물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판단했다.

분석 결과, 맥주를 마신 사람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모기에 물릴 가능성이 약 1.35배 높았다. 연구진은 “알코올 섭취가 체취를 변화시키고 땀 분비를 늘려 모기를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참가자들은 모기 접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연구진은 자외선 차단제가 체취를 약화하거나 모기를 쫓는 성분을 포함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밖에도 전날 성관계를 한 사람, 샤워를 자주 하지 않는 사람 역시 모기에게 더 자주 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생활 습관이 모기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참가자 일부의 피부에 서식하는 피부 미생물도 함께 분석했는데, 모기에게 잘 물리는 사람의 피부에서는 연쇄상구균 등 특정 세균이 더 많이 발견됐다. 이는 피부 위생 상태와 미생물 구성도 모기를 끌어당기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라드바우드대 펠릭스 홀 교수는 “모기는 술을 즐기고, 성관계를 자주 갖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사람에게 더 끌린다”며 “결국 모기는 ‘쾌락주의자’들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기에 덜 물리려면 술을 줄이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며,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지금까지 보고된 모기 관련 연구 중 최대 규모”라고 평가하면서도 “축제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결과를 전체 인구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지난달 26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