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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자세가 뇌 건강, 특히 기억력 감퇴와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면 자세가 뇌 건강, 특히 기억력 감퇴와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 출신 뇌 건강 전문가이자 건강보조식품 업체 ‘코스믹 누트로픽’의 CEO인 레브 폼첸코프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가 뇌 건강에 가장 좋다”고 밝혔다. 옆으로 자면 뇌 속 노폐물이 더 효과적으로 배출돼,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독성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폼첸코프는 수면 중 활성화되는 뇌의 청소 경로인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에 주목했다. 이 시스템은 뇌척수액(CSF)을 이용해 뇌 속에 쌓인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을 밖으로 배출한다. 그는 “옆으로 누워 자면 중력의 도움을 받아 뇌척수액이 뇌 조직 사이를 더 잘 흐르면서 독성 단백질 배출이 촉진된다”고 말했다.

글림프 시스템은 2012년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처음 발견한 새로운 뇌 순환 체계로, 이후 작동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3년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이 시스템이 수면 중에 가장 활발히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깨어 있을 때는 뇌가 외부 정보를 처리하느라 정교한 신경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글림프 시스템의 ‘청소 기능’은 거의 멈춘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면 중에는 뇌세포 사이 공간이 약 60% 넓어지면서, 뇌척수액이 더 쉽게 순환해 노폐물을 씻어낸다.

이후 수백 편의 관련 연구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수면 중 발생하는 느린 뇌파가 뇌척수액의 흐름을 밀어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수면의 질과 뇌 노폐물 제거,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워싱턴대 신경과학자 제프리 일리프 교수는 “글림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 속에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쌓이고, 이는 곧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두 가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뇌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백질들이 뇌세포 주변에 플라크와 얽힘을 만들어 신경 세포 기능을 방해한다.


폼첸코프는 옆으로 자는 자세가 글림프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등을 대고 자거나 엎드려 자면 척추 정렬이 틀어지고 특정 부위가 눌려 청소 시스템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로체스터대의 쥐 실험 연구에서, 측면 자세에서 뇌 속 노폐물을 씻어내는 뇌척수액의 흐름이 가장 활발하고, 알츠하이머 관련 독성 단백질 제거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폼첸코프는 옆으로 자는 사람에게는 무릎 사이에 작은 베개를 끼워 척추와 고관절이 올바르게 정렬되도록 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기존에 옆으로 자는 습관이 없는 사람은 등 뒤에 베개를 대어 몸이 뒤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수면 자세는 그간 관절 통증이나 척추 건강을 기준으로 다양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옆으로 자는 자세는 척추와 관절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을 대고 똑바로 누워 자는 자세는 일부 관절 통증 예방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면 무호흡증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메이요클리닉의 수면 전문의 로이스 크란 박사는 “등을 대고 자면 혀와 턱이 기도를 막아 호흡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엎드려 자는 자세는 호흡을 방해하고 척추를 비정상적으로 휘게 만들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수면 자세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