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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환자 중 운동을 많이 한다며, 하루 두세 시간 이상 걷는다는 사람이 있다. 이중 몇몇은 잘 못 걷고 있어, 오히려 병을 키워온다."

취재 중 만난 한 정형외과 의사가 한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정말 즐겨한다. 2024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체육 활동은 '걷기'(34.6%) 였다. 걷기는 좋은 운동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걸으면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 각종 기저질환 위험이 떨어진다. 단, 제대로 걸었을 때 해당하는 말이다. 잘 못된 걷기는 오히려 안하니만 못할 수 있다.

▶걸음걸이=팔자걸음·안짱걸음·학다리 걷기·1자걸음 등 잘못된 걸음 거리는 허리, 무릎 등에 부담을 준다. 더 나아가 변형도 유발할 수 있다. 팔자걸음은 양발이 15도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바깥쪽에 체중이 쏠리게된다. 비대칭하게 걸으면 허리와 골반에도 스트레스가 가해질 수 있다. 퇴행선관절염, 척추후만증 등이 있어서 팔자걸음이 생기기도 한다. 안짱걸음은 팔자걸음과 반대로 발이 안쪽으로 10~15도 정도 오므려진 상태에서 걷는 것을 말한다. 무릎에 통증을 가중시켜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하체에 피로가 쌓일 수 있다. 학다리 걷기는 무릎을 굽히지 않고 보폭을 넓혀서 걷는 것이다. 이땐 무릎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연골이 손상될 수 있다. 발목과 발바닥에도 무리가 가서 족저근막염 발병 위험도 커진다. 발을 일직선상에 두고 걷는 1자 걸음도 하체에 안 좋다. 양발 사이 간격이 좁아, 허벅지·종아리 등이 안쪽으로 모이게 된다. 이는 균형 잡는 것을 방해하고, 향후 O자 다리로 변형을 유발할 수도 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양발을 바깥쪽으로 0~15도 사이로만 벌려지게 '11자 걸음'을 걸어야 하체가 체중을 균형있게 받칠 수 있고, 근육도 골고루 단련된다. 바르게 걷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신발을 확인해보면 된다. 신발 뒤축 바깥쪽이 닳아 있다면 팔자걸음일 확률이 크다.


▶자세=걷는 자세도 중요하다. 배를 앞으로 내밀고 걸으면 척추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허리뼈 뒷부분에 압력이 가해져 척추가 앞으로 굽는 '척추전만증'이 생길 수 있다. 고개를 내민 채 구부정하게 걷는다면 목뼈와 척추에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 발을 바깥쪽부터 딛는 자세는 발목에 무리를 줘 발목 염좌를 유발할 수 있다. 올바른 자세는 정면을 바라본 채 가슴을 펴고 허리를 세운 뒤, 양발을 11자 형태로 만들고 무릎은 약간 스치듯이 걷는 것이다.

▶강도=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도다. 잘못된 방법으로 무작정 걸으면 쉽게 뼈와 근육에 무리가 가해져 통증이 느껴진다. 멈추지 않고 과도하게 걸으면 인대, 힘줄 등이 손상되는 과사용 부상이 생길 수 있다. 걷다가 ▲관절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몸이 뻣뻣해지거나 ▲평소와 다른 관절 감각이 느껴진다면 바로 걷는 거리를 줄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또 딱딱한 신발을 신고 오래 걸으면 족저근막염(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 생길 수 있다. 오래 걷는 것보다 한 번 걸을 때 속보를 하는 게 더 건겅에 좋을 수 있다. 호주 시드니대 이매뉴얼 스타마타키스 교수팀이 3만 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속보로 빠르게 걸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땐 하루 2344보 이상만 걸으면 효과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