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2025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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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김덕호 교수/사진=정준엽 기자
신약 개발 과정에서 오랫동안 의존해온 동물실험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험법이 주목받고 있다. 인간 세포 기반 오가노이드와 생체조직칩, 컴퓨터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생체조직칩 기술은 윤리적 부담과 연구비를 줄이는 동시에 성공률도 준수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물실험, 윤리·효율 문제… 대체시험으로 연구비 절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2025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연사들은 '동물대체시대의 지평선을 넘어'라는 주제로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연구 성과와 지견을 공유했다.

동물실험 대체 움직임은 2023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식품의약국(FDA) 현대화법 2.0'에 서명하고 이를 통합세출법에 포함해 통과시키면서 시작됐다. 동물실험은 그동안 주로 비임상 단계에서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고자 이뤄져 왔으나, 윤리적인 문제와 비효율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동물실험을 대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올해부터는 관련 로드맵인 '신규접근법(NAMs)'도 도입했다.

최근에는 동물실험 대비 비용 효율성이 높고 정확도를 유사하거나 더 높게 구현할 수 있는 대체 시험법들이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주요 대체 시험법으로는 인체에서 유래한 장기·조직을 활용하는 '인 비트로(in vitro)' 방식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약물의 안전성을 예측하는 '인 실리코(in silico)'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인 비트로 방식으로는 인간 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생체조직칩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김덕호 교수는 "현재 제약사들의 글로벌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보통 전체 매출의 약 15~50%를 차지한다"며 "생체조직칩을 활용할 경우 이 비용의 최대 26%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생체조직칩 도입 검토… 성공률 높아"
이날 콘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시험법은 생체조직칩이다. 생체조직칩은 마이크로칩 위에 세포를 배양하면서 사람의 주요 조직 기능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칩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약물에 대한 반응을 확인한다.

김덕호 교수에 따르면, 생체조직칩은 91.7%의 연구 성공률을 기록했다. 화이자나 사렙타 등 대형 제약사들의 뒤셴 근이영양증(DMD) 치료제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에서도 생체조직칩을 활용하는 방식이 검토됐으며, 최근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도 후속 비만 치료제의 근육 손실 부작용을 평가·개선하고자 생체조직칩 6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독일 생명공학기업 티스유즈 레오폴드 쾨닉 수석 연구원은 미세유체 기반 골수 칩을 활용해 비임상 단계에서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한 사례를 공유했다. 이 연구는 골수 칩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테바의 만성소화장애 신약 후보물질 'TEV-53408'의 효과·안전성을 평가한 시험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발표에 따르면, 미세유체 기반 골수 칩은 면역 치료제를 평가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입증됐다. 해당 칩은 TEV-53408이 사람의 골수에서 NK세포(암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등 비정상 세포를 직접 공격해 파괴하는 면역세포) 발달 효과를 성공적으로 규명했다. 쾨닉 연구원은 "골수 칩은 수 주에 걸쳐 NK 세포의 발달을 성공적으로 추적하고 기능을 입증했다"며 "이는 IL-15가 골수에서 NK세포 발달에 기여하는 역할과 일치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