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방사선 치료 명의' 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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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가 토모테라피 장비 앞에 서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암의 3대 치료법은 수술, 항암 치료, 그리고 방사선 치료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주로 방사선 치료를 시행했지만, 최근 방사선 장비와 기술의 발전으로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암 치료에서 방사선 치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토모테라피’ 장비의 도입으로 치료 성과가 한층 발전했다. 토모테라피센터를 17년째 이끌고 있는 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에게 방사선 치료의 현주소와 발전을 물었다.

-‘방사선 치료’와 ‘방사선 수술’은 어떻게 다른가?
“방사선으로 종양을 제거하는 모든 과정을 ‘방사선 치료’라 부른다. 방사선 치료는 25~30회에 걸쳐 약한 방사선을 반복적으로 쏘아 종양을 제거한다. 반면 방사선 수술은 1~3회 짧은 기간에 강한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즉, 치료 횟수와 강도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방사선 치료는 보통 하루 5분 내외로 진행되지만, 방사선 수술은 한두 시간 소요된다.”

-폐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폐암은 병기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1~2기는 주로 외과적 수술, 3기는 방사선 치료, 4기는 항암 치료가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1기 폐암에서도 방사선 수술이 외과적 수술보다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늘면서 방사선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폐암 방사선 수술은 보통 세 차례에 걸쳐 시행하며, 기존에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간격을 두었으나, 연구 결과 매일 연속 시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말기(4기) 폐암에서도 방사선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나?
“4기는 암이 이미 전신에 퍼진 상태이므로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방사선 치료는 주로 증상 조절 목적으로 시행된다. 예를 들어 뼈 전이에 따른 통증을 줄이거나 골절을 예방하는 데 사용된다. 다만, 최근에는 항암제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항암 치료와 병행해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 방사선 수술은 어떻게 발전했나?
“과거에는 뇌종양이나 간암에 주로 적용됐으나, 최근에는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여러 연구에서 방사선 수술이 외과적 절제술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시술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또한 과거에는 방사선을 정확히 쏘기 위해 종양 부위에 침습적으로 마커를 삽입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출혈이나 감염 같은 합병증이 흔히 발생했다. 최근 기술 발달로 마커 없이도 정밀한 방사선 수술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환자는 통증과 합병증 위험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토모테라피’는 어떤 장비인가?
“토모테라피는 환자 몸을 360도 회전하며 방사선을 연속적으로 조사하는 장비다. 기존 장비는 각도를 바꿀 때마다 빔이 끊겼지만, 토모테라피는 끊김 없이 빔을 쏘기 때문에 훨씬 정밀하다. 그 결과 종양 치료 효과가 높아지고, 동시에 여러 부위의 암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사수가 과녁을 정확히 조준해 총알을 발사하듯, 의료진이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을 집중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토모테라피는 대장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전체 암 환자의 약 70%가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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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사진= 신지호 기자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은?
“부작용은 암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폐암의 경우 정상 폐 조직이 일부 손상되면 방사선 폐렴이나 폐 섬유화가 생길 수 있고, 식도 가까이에 종양이 있으면 방사선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 중 환자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방사선 치료는 종양을 정확히 겨냥해야 하는데, 움직이면 주변 정상 조직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치료 전 환자에게 충분히 교육을 하고, 환자는 협조적으로 임해야 한다.”

-방사선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는?
“첫째는 의료진의 숙련도이고, 둘째는 치료 장비의 성능이다. 방사선 치료는 종양에 빔을 정확히 쏘는 과정으로, 정상 조직에 조사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풍부한 경험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특히 폐암은 호흡에 따라 종양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정밀하게 추적해 빔을 맞히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의료진이라면 성능이 우수한 장비를 사용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고, 종양 제거율도 향상된다. 방사선 치료는 단 5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9월부터 최신 장비를 도입했다던데, 달라진 점이 있나?
“우선 방사선 출력이 20% 향상돼 치료 시간이 단축됐다. 시간이 짧아질수록 환자가 움직일 가능성이 줄어들어 정확도와 안전성이 높아진다. 또 CT(컴퓨터단층촬영)영상의 해상도가 크게 개선돼 암 위치를 훨씬 더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치료 계획을 세우는 속도도 기존보다 4배 이상 빨라져 환자가 더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회전 각도는 기존 0.5도 단위에서 0.1도 단위까지 조정 가능해져, 방사선 빔을 더욱 정밀하게 종양에 집중시킬 수 있다. 여기에 ‘C-Rad 모듈’과 SGRT(표면유도방사선치료) 기술을 연동해 3D 카메라로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실시간 감지한다. 호흡이나 자세 변화에도 방사선이 정확히 종양 부위에만 조사되도록 돕는 것이다. 예전처럼 몸에 선을 그어 위치를 맞출 필요가 없어,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주목받는 양성자·중입자 치료와 토모테라피는 어떻게 다른가?
“토모테라피는 엑스선을, 양성자·중입자 치료는 입자선을 사용한다. 엑스선은 종양 앞쪽 장기를 보호하는 데 유리하고, 입자선은 종양 뒤쪽 장기를 보호하는 데 강점이 있다. 암의 위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현재 국내 입자선 장비는 세 대뿐인데, 모든 환자가 기다리면서 받을 필요는 없다.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방사선 치료는 어떻게 진화할까?
“모든 암 치료가 그렇듯, 방사선 치료도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술이 최소 절개로, 항암 치료가 표적·면역치료로 진화했듯, 방사선 치료 역시 고도의 정밀도를 통해 정상 조직을 보존하면서 암 조직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방사선 수술은 고선량의 방사선을 1~3회 집중 조사해 외과적 절제술과 비슷한 종양 제거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는 간암, 뇌종양, 폐암 등에 주로 시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인두암·후두암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방사선 수술의 적용 영역은 더 넓어지고, ‘최소 부작용·최대 효과’라는 목표로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 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며, 많은 환자가 치료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충분히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진단 후 우울해하기보다는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공문규 교수는…
인하대 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이자 토모테라피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주요 전문 분야는 폐암과 두경부암이다. 공 교수는 방사선 치료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방사선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에는 최초로 연속 폐암 방사선 수술법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도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전 세계 의료진과 지식을 공유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또한 마르퀴즈 후즈 후 우수연구실적상, 대한암학회 머크세로노 학술상,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