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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증 환자 공공 이송 센터​(SMICU) 노영선 센터장/사진=이해림 기자
작년 7월, 제주대병원에서 생후 1일 아기가 청색증을 보였다. 초음파 검사를 해 보니 대동맥과 폐동맥이 정상 심장과 반대로 연결된 심장완전대혈관전위증이 확인돼, 상급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했다. ‘서울 중증 환자 공공 이송 센터(SMICU)’ 의료진은 아기의 심장 혈관이 닫히지 않도록 자동 약물 주입기로 약물을 투약하는 동시에, 인큐베이터 속 아이에게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며 아이를 서울로 이송했다. 헬기를 타고 육지에 도착한 다음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된 아이는 수술을 무사히 받고 살아났다.

강원대병원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71세 남성 역시 SMICU의 덕을 봤다. 해당 환자는 쇼크가 발생해 심장 수술이 필요했으나 가능한 병원이 인근에 없었다. 서울대병원에서 수용하기로 했으나 환자 상태가 위중해 이송이 어려웠다. SMICU는 환자에게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 에크모)를 적용하며 두 시간 이상의 장거리 이송 끝에 환자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SMICU는 서울특별시와 서울대병원이 공동 운영하는 일종의 ‘이동형 응급 중환자실’이다. 2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중환자실 장비를 갖추었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1인과 간호사 또는 1급 응급구조사 2인이 동승하는 특수 구급차다. 2015 하반기에 도입돼 운영해온지도 어언 10년, 지난 날의 SMICU 운영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가 9월 4일 서울대 어린이병원 CJ홀에서 열렸다.

응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장비와 의료진을 갖춘 병원은 한정적이다. 이에 국내 응급 환자 10~15%는 타 병원으로의 이송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이송을 경험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률이 2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민간 구급차는 응급 중증 환자를 이송하는 도중 적절한 응급 처치를 하기 어렵다. 장비와 의료진이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급차 동승 인력이 없거나 비의료인이 동승한 경우가 45%였다는 과거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밖에도 장비와 제대로 된 처치 부족 등으로 중증 환자 24%가량이 이송 도중 안전에 위협을 받았으며, 타 병원으로 전원된 환자의 65%가 전원 중 상태가 악화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쇼크 환자는 90%에서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는 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등 일선 공공 병원과 함께 SMICU 운영에 나섰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시기 국내 중증 환자 전문 이송 시스템이 부재해 위중증 환자를 병원 간에 이송하기 어려웠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2015년 말에 보라매병원이 처음 SMICU 시범사업에 참여했고, 2016년에 서울대병원이 합류했다. 이후 2018년부터 소방헬기와 닥터헬기를 연계해 중증 환자를 이송하기 시작했으며, 2022년에는 운영 지역을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확대했다. 2023년에는 헬기를 이용한 중환자 이송 프로토콜을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SMICU 노영선 센터장(응급의학과 교수)은 “지역에서 급격히 상태가 악화된 환자를 태운 헬기가 노들섬에 착륙하면 수도권 병원으로 이송한다”며 “해당 지역 소방과 연계하면 환자 이송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이 응급 상황을 맞닥뜨릴 때에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SMICU는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 해외에서 코로나로 위중해진 국민이 현지에서 치료받기 어려운 경우 인천 공항 등에서 환자를 연계 받아 수용 가능한 국내 병원으로 이송하는 업무를 수행해왔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파키스탄 등지에 나가 있던 국민을 실제로 국내 병원으로 연계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기홍 교수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코로나 19에 감염된 응급 중환자 이송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에, 코로나 19 환자 이송 관련 표준 프로토콜과 이송 지침을 제작해 배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운영해온 지난 10년간, SMICU를 통해 총 8924(올해 7월 기준)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SMICU 이용군과 비이용군의 생존율을 비교한 2023년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용군에서 24시간 병원 내 사망률이 43%, 응급실 내 사망률이 73% 낮았다. 서울특별시 강진용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현재 SMICU는 총 4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며 “이송 환자 수는 연평균 10.2%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SMICU는 에크모가 필요한 병원 간 이송을 도맡는 전문팀과 전용 닥터카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외에도 ▲중환자 이송 전문 인력 육성과 교육 과정 표준화 ▲고위험 중환자 이송 전문 인력 양성 등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이삼범 회장(영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서울시의 SMICU가 지역에서도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며 “정부가 지자체 지원을 통해 각 지역에도 하루빨리 SMICU에 버금가는 중증 환자 이송 응급 의료 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은 “SMICU는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만든 한국 의료의 자산”이라며 “국가 중앙 병원으로서의 책무를 가지고 최상의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