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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강서영 교수(왼쪽), 을지대 의대 구단비 학생/사진=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한국 성인에서 식품 불안정이 심혈관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흡연과 고혈압이 식품 불안정의 영향을 받는 핵심 심혈관 건강 구성요소로 나타났고, 가구소득·교육수준 등 요인과도 깊이 연관돼 취약계층의 건강 불평등 해소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강서영 교수와 을지대 의대 구단비 학생 연구팀은 2019~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19세 이상 한국 성인 1만4034명의 건강지표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미국심장협회가 제시한 7가지 심혈관 건강지표(흡연, 신체활동, 식이, 체질량지수, 총콜레스테롤, 혈압, 공복혈당)를 기준으로 대상을 평가하고, 식품 불안정 여부에 따라 ‘불안정군’과 ‘안정군’으로 구분해 비교했다.

그 결과, 전체의 4%에 해당하는 불안정군은 안정군보다 심혈관 건강 저하 위험이 1.32배 높았다. 불안정 정도가 심할수록 심혈관 건강 저하 위험이 더 커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특히 흡연율과 고혈압 지표에서 불안정군이 더 나쁜 결과를 보였다. 구단비 학생은 “식품 불안정은 단순한 영양 결핍을 넘어 심혈관 건강 불평등을 유발하고, 건강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요인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인이나 가구의 경제적·사회적·물리적 요인이 식품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로 인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충분하고 안전하며 영양가 있는 음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식품 불안정은 단순히 끼니를 거르는 수준을 넘어, 식품의 질과 다양성 부족, 식품 구매에 대한 불안감 등 생활 전반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행 연구에서도 식품 불안정은 저소득층,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소득 불평등 심화, 급격한 물가 상승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학계, 의료계가 식품 불안정으로 인한 건강 격차를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서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식품 불안정과 심혈관 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해 향후 보건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식품 불안정을 완화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SCIE에 등재된 대한심장학회 학술지 ‘Korean Circulation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