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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젖·사마귀 제거용 고무 밴드는 간단해 보이지만, 괴사 과정에서 흉터나 색소침착이 생길 수 있다.​/사진=쿠팡 캡처
쥐젖이나 사마귀를 없애고 싶지만, 피부과를 찾아가 시술받기 번거로운 사람들을 겨냥한 제품이 있다. 바로 ‘쥐젖·사마귀 제거용 고무 밴드’다. 쿠팡 등 온라인몰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SNS에는 1주일 만에 ‘톡’ 하고 떨어져 비용을 아꼈다는 후기도 올라온다. 이 밴드는 해당 부위의 혈류를 차단해 조직을 괴사시키고 스스로 떨어지도록 하는 원리라고 홍보되고 있다. 집에서 이런 제품을 사용해 직접 쥐젖이나 사마귀를 제거해도 안전한 걸까.

◇깔끔히 제거 안 되고 흉터·감염 위험 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고무 밴드를 이용해 병변을 제거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간단해 보이지만 괴사 과정에서 흉터나 색소침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목·얼굴·겨드랑이처럼 피부가 얇거나 마찰이 잦은 부위는 위험이 더 크다. 연세스타피부과 강남점 김영구 대표원장은 “목·겨드랑이는 피부가 얇고 마찰·땀으로 자극받기 쉽다”며 “얼굴은 자외선 노출이 많아 색소침착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한 집에서는 멸균 환경을 유지하기 어려워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이 생기면 피부가 붉어지고 흉터가 심해지며 회복도 더뎌진다.

더 큰 문제는 정확한 진단 없이 자가 제거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겉보기에는 쥐젖이나 사마귀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비립종, 피지 증식증 같은 다른 양성종양일 수 있고, 드물게는 피부암일 가능성도 있다”며 “밴드로 무턱대고 제거하면 병변이 악화할 수 있으며 조기 진단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마귀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라 단순히 묶어 없애도 피부 속 바이러스가 남아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로 번질 수 있다. 여기에 세균 감염까지 겹치면 상태는 더욱 악화한다.


◇정확한 진단 후 레이저 등 표준 치료 필요
쥐젖이나 사마귀를 안전하게 없애려면 병원 진료가 필수다. 오늘성형외과 곽인수 원장은 “크기나 색이 갑자기 변하거나, 출혈·궤양이 생기거나, 통증과 가려움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목·얼굴처럼 노출이 많거나 겨드랑이처럼 마찰이 많은 부위의 병변도 조기에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표준 치료법으로는 전기소작, 냉동치료, 레이저 치료가 있다. 전기소작은 고주파 전류로 병변을 태워 없애는 방법으로, 효과가 빠르지만 흉터 위험이 있다. 냉동치료는 액화질소로 병변을 얼려 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피부 깊숙한 부위까지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차례 시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상 바이러스가 피부 속에 자리 잡는 사마귀 치료에 주로 활용된다. 레이저 치료는 병변에 빛을 쏘아 조직을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흉터 위험이 적고 시술이 간단해 환자 선호도가 높다. 임이석 원장은 “현재 가장 권장하는 치료법은 레이저”라며 “초기에는 약간 붉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흉터 없이 회복된다”고 했다.

☞쥐젖과 사마귀
쥐젖은 피부가 늘어나 생기는 작은 돌기이고, 사마귀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피부에 오톨도톨하게 돌기가 생기는 병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