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인터뷰
‘사지연장술 명의’ 뉴본정형외과 임창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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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본정형외과 임창무 원장./사진=신지호 기자
작은 키를 콤플렉스로 느끼는 이들이 ‘사지연장술’을 찾고 있다 . 과거에는 선천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수술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주로 키를 늘리기 위한 미용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 과정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 사지연장술을 집도하는 의사들도 “일단은 안 하는 방향을 고려해보라”고 말할 정도다. 국내에서 사지연장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의사 중 한 명인 뉴본정형외과 임창무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지연장술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받나?
“원래는 선천성 저신장증이나 연골무형성증, 성장판 손상 등의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대상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부터는 키가 작아 콤플렉스를 느낀 사람들이 수술을 받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남녀 비율이 9대 1 정도였는데, 요즘엔 여성 환자 비율이 30%정도 까지 늘었다.”

-키를 얼마나 늘릴 수 있나?
“교과서적으로는 뼈 길이의 20%까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종아리뼈는 7~8cm, 허벅지뼈는 5~6cm가 적정선이다. 합쳐서 11~12cm 연장시키는 걸 이상적이라 본다. 남성은 170cm, 여성은 160cm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152cm였던 남성 환자를 170cm까지 늘인 경험이 있다. 극구 말렸지만 환자의 의지가 강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진행했다. 종아리 10cm, 허벅지 8cm를 연장해 결국 170cm에 도달했다. 까치발과 염증 등으로 고생하고 재활에만 2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환자가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수술 과정은 어떤가?
“쉽게 말해 종아리나 허벅지 뼈를 자른 뒤 그 사이를 채워가며 뼈를 조금씩 늘리는 수술이다. 전통적인 사지연장술은 자른 뼈에 금속 나사를 박은 후 ‘일리자로프’라는 외고정 장치에 연결해 나사를 돌리면서 연장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오랫동안 외고정 장치를 달고 있어야 해서 불편감이 크고 근육 손상 및 감염 등의 문제가 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발된 게 내고정 장치다. ‘프리사이스’​라는 장치가 대표적인데 뼈 안에 삽입한 다음 자기장을 이용해 뼈를 연장하는 식으로 활용된다.”

-내고정 장치가 유리한 것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내고정 장치만 활용해 수술하면 키를 늘리는 기간 동안, 걸을 수 없다. 걸을 수 없다는 건 뼈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움직이고 자극을 줘야 뼈도 잘 생성되는데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는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외고정 장치와 내고정 장치를 함께 활용하는 ‘속성 연장술’을 주로 실시하고 있다. 속성 연장술은 수술 후 바로 걸을 수 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속성 연장술은 몇 번에 걸쳐 이뤄지나?
“속성 연장술은 총 세 번의 수술로 진행된다. 1차 수술은 뼈를 절단한 다음 외고정 장치와 내고정 장치를 함께 삽입하는 과정이다. 재활 기간 동안 목표한 만큼 뼈가 늘어나면 2차 수술로 외고정 장치를 제거한다. 뼈가 새롭게 형성될 때 까지는 내고정 장치가 고정 역할을 한다. 뼈가 단단히 자리 잡으면 내고정 장치를 제거하는 3차 수술을 진행한다.”

-종아리와 허벅지, 어느 부위를 늘리는 게 좋은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사지연장술을 시행하는 병원마다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종아리를 늘리는 게 비율상 더 자연스럽다고 본다. 허벅지 연장은 어색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허벅지는 뼈 내강이 넓어 내고정 장치만 활용하는 병원에서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두 부위를 한 번에 늘릴 수도 있나?
“권하지 않는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뼈에 속하는 허벅지와 종아리 네 군데를 한 번에 자르는 방식인데, 사실상 환자가 몇 달 동안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어야 한다. 색전증 위험이 높아져 매우 위험하다. 최근 이런 수술을 받고 합병증으로 고생하다가 내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환자 고통이 일반적인 수술 대비 3~4배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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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본정형외과 임창무 원장./사진=신지호 기자
-수술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어느 정도인가?
“뼈를 자르고 늘리는 수술이라 통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수술 후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집도한 환자들과는 1대 1 카톡을 주고받는데,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게 통증이다. 그래도 약물과 주사 치료로 조절이 가능한 정도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키에 대한 열망이 통증을 상쇄하는 경향이 있다.”

-사지연장술 적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나?
“선천성 기형이나 구루병처럼 뼈가 심하게 휘어 있거나, 외상 후 각변형·회전 변형 같은 문제가 동반된 경우에는 단순한 연장술만으로는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 뼈 상태에 맞는 맞춤형 프레임을 적용해 변형 교정과 연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매우 고난도의 수술이 되는 것이다.”

-사지연장술에서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은 무엇인가?
“뼈가 잘 안 생기기거나 관절의 가동 범위가 제한되는 무릎 구축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건 까치발인데, 늘어난 뼈 길이에 비해 아킬레스건 짧아서 까치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6cm 이상 늘리는 환자나 아킬레스건이 짧은 사람은 아킬레스건을 일부 절제하는 ‘근막 트임 수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색전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도 발생하는데 의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 방송을 통해 접했을 정도로 드물다.”


-재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사지연장술의 성패는 재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7개월 간 하루 네 시간(걷기 두 시간, 스트레칭 두 시간)씩 재활에 몰두해야 까치발을 예방할 수 있다. 초기에 잡지 못하면 2년 이상 갈 수도 있다. 환자들이 집에서 손쉽게 스트레칭 할 수 있도록 직접 설계한 스트레칭 보드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 수술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환자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환자가 단순히 충동적으로 ‘키를 키우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사지연장술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결심이 필요한 수술이다. 실제로 환자와 충분히 상담해 정신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재활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꼭 확인한다. 최소 7개월의 긴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충분히 고민하고, 자신의 삶에 진정 필요한지 판단한 뒤 결정하기를 바란다. 요즘에는 당사자 대신 부모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키로 고민하는 자녀가 안타까워서 그런 것이겠지만, 당사자가 고민해야 한다. 시간, 비용 등이 정말 가치가 있을지 처절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을 하지 말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환자가 진정으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필요로 할 때만 시행하는 것이 맞다.”

-임창무 원장은…
경희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을지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정형외과 전문의로 전문 수술 분야는 사지연장술, 휜다리 수술(근위경골절골술)이다. 특히, 사지연장술은 지난 3월 기준 5000례를 달성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의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의사의 역할이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비용을 더 받을 수 있는 프리사이스 단독 수술을 지양하며 직접 스트레칭 보드와 벨트 같은 재활 기구를 개발해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수개월 이상 이어지는 회복 과정에서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온라인 커뮤니티나 1대1 카카오톡 상담을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