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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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피부유충이행증 증상이 나타난 모습./사진=여행의학저널
따뜻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해변을 맨발로 즐기기보다 되도록 신발을 신고 있는 게 안전하다. 기생충이나 곤충의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여성 비치발리볼 선수 20명이 함께 맨발로 해변을 즐기다가 이 중 12명이 단체로 피부유충이행증에 걸린 사례가 보고됐다. 피부유충이행증은 기생충이나 곤충의 유충이 피부에 침입해 피부 밑에서 이동하는 걸 말한다.

폴란드 그단스크 의과대학 보건과학부 해양열대의학연구소 열대기생충병학과 연구진은 탄자니아 자치령에 속한 잔지바르 섬에서 14일 관광을 마친 그룹이 단체로 피부유충이행증에 걸린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특별한 병력이 없는 30~35세 아마추어 비치발리볼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지역 비치발리볼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섬에 왔고, 체류 기간 동안 공공 해변에서 맨발로 비치발리볼을 즐기며 휴식했다.

그런데 잔지바르 섬 체류 기간 말미, 귀국 도중, 귀국 후 이들의 발에서 계속 피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모든 환자의 초기 증상은 발 피부의 발적(빨갛게 부어오르는 것), 가려운 물집이 발생한 것”이었다며 “그 뒤로 최대 수 센티미터 길이의 뱀처럼 생긴 홍반성 융기 병변이 나타났고 끝에는 구진(피부에 솟아오른 융기성 병변)이나 물집이 생겼다”고 했다. 증상에 나타나는 가려움증은 밤에 유독 심했다.


처음에 이들은 단순 두드러기, 접촉성 피부염, 진균 감염,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오진받아 스테로이드, 경구 항생제 등 효과 없는 약물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피부유충이행증 진단을 받고 알벤다졸, 이버멕틴 등 구충제 성분의 약물 치료 등을 했다. 이로써 가려움은 1~3일 이내에 사라졌고, 색소 침착이 동반된 피부 병변은 15~21일 후 완전히 없어졌다.

피부유충이행증을 일으키는 기생충은 습하고 따뜻한 토양에서 잘 자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서 자주 발견된다. 연구진은 “피부유충이행증을 예방하려면 동물 배설물로 오염될 수 있는 토양과 피부가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한다”며 “이 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잘 알려졌지만 처음 증상이 발생했을 때 환자들이 자신에게 기생충이 감염되는 증상이 생겼을 거라 바로 의심하기 쉽지 않아 알아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Journal of Travel Medicine(여행의학저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