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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일장을 치르는 마지막 날 화장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은 화장 시설에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느라 사실상 ‘사(4)일장’을 치르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6.3%에서 74.9%로 떨어졌다. 서울만 보면 하락세가 더 두드러진다. 서울의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1.3%에 달했다가 2020년 76.5%, 2021년 72.8%, 2022년 55.6%, 지난해 52.9%로 급락했다.

그렇다고 대표적 혐오 시설인 화장장을 대폭 늘리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대안은 있다. 시신을 화학 용액으로 녹여 유골을 수습하는 수분해장(水分解葬)이다. 최근 국내 업체가 장비 개발에 성공하며 상용화 길도 열렸다.

◇화장장 부족 “민원·환경 오염 탓에 늘리기 어려워”
화장장에 대기줄이 늘어선 것은 화장 수요에 비해 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현재 전국에는 총 62개 화장시설이 있다. 2022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최대 화장능력은 전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34만 6680건이다. 2024년 사망자 수가 35만 84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사망자 수에 비해 약간 부족할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구가 많은 지역에 정작 화장 시설이 없는 게 문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인구의 50.7%가 거주하지만, 화장시설은 서울 한 곳, 경기 다섯 곳뿐이다.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한국이 다른 장례 방식 대비 화장을 매우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사망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화장을 택한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5월 화장률(잠정치)은 94.5%에 달한다. 그렇다고 화장장을 늘리자니 이 또한 어렵다. 장례업계 관계자 A씨는 “화장장 인근 주민 민원이 빗발쳐 이미 있는 화장장을 계속 운영하기도 어렵고, 부지를 확보해 새로 지으려 해도 환경 오염과 소음 등의 문제로 주민 반대가 거세 첫 삽을 뜨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수분해장’, 환경 오염·소음 없어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일부 국가는 수분해장을 화장의 대안으로 도입하고 있다. 불과 고열을 이용하는 화장과 달리, 수분해장은 사체를 알칼리 용액·열·압력을 이용해 가수분해한다. 알칼리 용액은 물에 수산화칼륨을 5% 농도로 섞어 만든다. 한국에서 아직 낯선 장사법일 뿐, 수분해장은 해외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수분해장은 미국 36개 주와 캐나다, 영국 등 전 세계 16개국 이상에서 동물을 넘어 인간의 장례 방식으로 법적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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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해장 후 얻어지는 반응수(왼쪽)와 수분해장에 사용하는 알칼리수(가운데) 그리고 수분해장 후 남는 뼈(오른쪽)/사진=이해림 기자
수분해장은 화장보다 환경 오염과 주민 민원 발생 여지가 적다. 수분해장 장비에 시신을 넣은 후 60~90분의 가수분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시신의 유기물이 녹아 나온 반응수와 물러진 뼈만이 남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분해장 장비를 개발한 네오메이션 박양세 대표는 “뼈는 말린 뒤 곱게 갈아 분골함 형태로 유족에게 제공하거나, 산성화된 토양에 뿌리는 토지 개량제로 활용할 수 있다”며 “반응수는 양질의 비료라 수목장하듯 나무에 거름으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뼈든 반응수든 수분해장 과정에서 완전 멸균되므로 전염병을 옮길 위험이 없으며, 불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 장비로 가열하는 형식이라 탄소 배출량이 기존 화장 대비 96%가량 감소한다. 네오메이션 이훌륭한 CTO는 “시신 내부에 있던 금속 소재 임플란트는 뼈와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남는다”고 말했다.

소음이나 진동, 열기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보통 화장 시설에 대한 주민 민원은 환경 오염, 진동, 소음 등을 문제 삼는데, 수분해장은 이러한 단점이 해결돼 민원 소지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실제로 기자가 수분해장 시연에 참석해보니, 수분해장 장비 본체에 알칼리수를 공급하거나 압력을 조절할 때 약간의 소리가 발생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 시간 내내 거의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반응수 수증기에서는 빨래에 락스를 넣고 삶을 때와 비슷한 냄새가 옅게 날 뿐, 악취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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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메이션의 수분해장 시연 기기/사진=이해림 기자
◇아직은 동물만 합법… “향후 사람 장례에도 필요할 것”
현재 한국은 동물 장례에만 수분해장이 합법이다. 합법화 자체는 2023년 6월에 이뤄졌지만, 수분해장을 상용화할만한 장비가 없었던 탓에 실제로 수분해장을 시행하는 동물 장묘 업체는 없었다. 네오메이션이 최근 자체 수분해장 장비 NP40의 개발에 성공하며 상용화 길이 열렸다. 세계에서는 미국 BRS(Bio Response Solutions)사에 이어 두 번째, 국내에서는 첫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사례다. 법에 가로막혀 동물에게만 적용 가능할 뿐, 기기 자체는 동물 사체든 사람 시신이든 모두 처리가 가능하다. 박양세 대표는 “사망자는 느는데, 인구 밀집 지역에 화장 시설이 부족한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면 결국 수분해장으로의 장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 방식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낯선 장례 방식이래서 무조건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202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장례가 수분해장으로 치뤄졌다.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통적 화장보다 에너지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수분해장으로 자신의 장례를 치뤄달라는 대주교의 요청 때문이었다. 박양세 대표는 “도시화로 묘지 확보가 어려워지며 한국의 주된 장례 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이미 한 번 바뀌었다”며 “환경 오염 문제와 화장 시설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에서 수분해장으로 또 한 번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