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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
시야가 흐릿해지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닌 망막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망막은 외부의 빛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얇은 신경조직이다. 시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일상적인 시각 기능은 물론,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망막질환은 종류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황반변성, 망막박리, 망막전막, 망막혈관폐쇄, 당뇨망막병증 등이 있으며, 대부분 중장년층 이후 발생률이 높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전신 질환과 관련이 깊고, 노화나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거나, 시야의 일부분에서만 이상이 생겨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망막질환의 증상은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시야 흐림, 왜곡된 시야(변시증), 검은 점이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이나 섬광, 시야의 일부분 소실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며, 실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황반변성은 중심 시야를 담당하는 황반 부위가 손상돼 정밀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망막박리는 망막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적이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욱 자주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단에는 망막 단층촬영(OCT), 형광안저혈관조영술, 안저 촬영, 시야 검사 등이 사용된다.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검사를 권장한다.


망막질환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황반변성의 경우 진행 속도를 늦추는 항체 주사 치료가 사용되며, 망막전막이나 박리처럼 구조적인 이상이 있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 혈관 이상이 원인인 경우에는 레이저 광응고술,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 등이 활용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치료보다 진행 전 조기 발견이다. 시신경이나 망막은 손상된 후에는 회복이 어려워, 손상 자체를 막는 것이 관건이다.

눈은 한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망막은 우리 눈에서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조직 중 하나로, 이상을 느낀 뒤 치료하기보다 미리 점검하고 관리하는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어둡거나 찌그러져 보인다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