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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의료 분야에 가져올 이점은 크지만 아직 보조적인 수단으로 제한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의사들의 입장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헬스조선은 인터엠디(InterMD)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터엠디는 5만여 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의사만을 위한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Web, App)'입니다. (편집자주)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748명 중 57.2%가 최근 한 달 이내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같은 조사 때 32.8%만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던 데 비해 2년 만에 사용량이 대폭 늘었습니다. 의료 현장에도 생성형 AI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의료 분야는 향후 5년 내 생성형 AI의 영향력이 커질 영역 2위에 꼽혔습니다(74.4%). 생성형 AI 중 하나인 챗GPT가 국내 한의사 국가시험·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일본 일본의사국가시험에 통과하며 AI에게 의료 정보를 묻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바라보는 의료 현장의 시선은 어떨까요? 의사 1000명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긍정적·부정적 시야 공존
의사들은 환자들의 AI 사용 확대에 대한 상반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의 약 절반(45.8%)이 “환자가 AI를 활용해 증상을 자가진단한 뒤 병원에 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답했는데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질환 이해도를 높인다(39.4%)”는 긍정적인 입장과 “불필요한 요구 증가 및 의료진 판단에 대한 불신을 유발한다(41.2%)”는 부정적인 입장이 공존했습니다. 사용 확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지만, 자유 서술형 응답란 의견을 종합해보면 “현 시점에서는 보조적인 도구로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는 공통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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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검증 사용 설문./사진=인터엠디 그래픽
◇10명 중 8명 “AI 정보 검증 후 제한적 사용해야”
그렇다면 의사들은 실제 환자 진료나 업무에 AI를 어느 정도로 활용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 진료 또는 업무에 AI 활용 경험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았으며(54.4%) 사용하더라도 검증 과정을 거친 뒤 활용했습니다(87.5%). AI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AI가 제공하는 의학 정보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신뢰한다”는 답변은 18.6%에 불과했고 대다수(77.6%)가 “어느 정도 참고는 하되 검증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AI가 의료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44.2%가 “특정 질환에서는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36.4%는 “의료진 수준은 어렵지만 보조 인력 수준의 역할은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고 19.4%는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AI가 의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서술형 응답란에는 ▲감기 ▲피부질환 ▲혈당·혈압 등 명확한 수치로 확인 가능한 질환(당뇨병·고혈압) ▲골절 ▲폐렴 등 영상검사 판독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다만, ‘환자 개개인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고 오진일 경우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1차 진료 이상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습니다.


◇AI 확산 전 제도적 안전망 확립 우선돼야
의사들은 AI 활용이 본격화될수록 사용 가이드라인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습니다. 현재 AI 의료 활용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데요. 응답자들 중 657명은 환자 본인, 311명은 정보를 참조한 의료진의 일부 책임, 263명은 AI 개발사를 꼽는 등 책임 소재가 뚜렷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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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의료 서비스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설문./사진=인터엠디 그래픽
AI 기반 의료 서비스가 안전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환자 대상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53.5%)”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됐고 “진단용 AI와 정보성 AI의 법적 구분(49.1%)”, “AI 판독 검증 과정 마련(31.4%)”이 뒤를 이었습니다. 의사들은 제도적 구축이 AI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오진 또는 의료진 판단력 약화(64%), 환자 오남용(56.1%) 등이 현실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I 활용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명확한 책임 규정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의사들의 공통적인 목소리입니다.


☞생성형 AI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인공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