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로도 쓰이는 염료 ‘메틸렌 블루’가 뇌와 심장 등 주요 장기를 청록색으로 변색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병원 연구진은 시신 부검 과정에서 장기 변색이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총 1만5820건의 부검 기록을 검토했다. 이 가운데 청록색이나 푸른빛 장기가 보고된 11건을 추출해, 환자 생전 투여된 약물과 투여 경로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11건 가운데 6건은 환자가 사망 직전 패혈성 쇼크 등 치료 목적으로 메틸렌 블루를 투여받은 사례였다. 패혈성 쇼크란 심각한 감염으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장기 기능이 위협받는 응급 상태를 말한다. 메틸렌 블루는 말라리아와 메트헤모글로빈혈증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으로, 패혈성 쇼크 응급 치료에도 사용된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헤모글로빈이 몸 전체로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희소 질환이다. 나머지 5건은 톨루이딘 블루(2건), 인디고카민(2건), 브릴리언트 블루 FCF(1건) 등 다른 청색 염료가 포함된 약물이나 제제를 복용·투여한 경우였다.
메틸렌 블루가 정맥 주사된 환자에게서는 뇌와 심장에서 뚜렷한 청록색 변색이 관찰됐고, 경구 복용 시에는 위장관과 방광 점막에 국소적인 변색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장기 변색 현상이 단순한 부패 과정이나 황화수소 중독이 아니라 특정 약물·염료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부검 과정에서 원인을 정확히 구분해 불필요한 오해와 과잉 검사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어서 일부 사례는 검증이 부족했고, 사례 수도 제한적이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규모·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법의학·의학·병리학(Forensic Science, Medicine and Patholog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