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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별 브이로그’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클립아트코리아
유튜브에서 ‘이별’은 더 이상 사적인 경험이 아니다. ‘이별 브이로그’와 ‘이혼 브이로그’는 많게는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에서 “이별한 여자 한 달 동안 변화”라는 한 쇼츠 영상은 조회수 327만 회, “흔한 이별 브이로그 뭐 그런 거”라는 영상은 조회수 204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혼 브이로그’라는 이름으로 연재되는 채널 역시 조회수 162만 회를 넘겼다. 개인의 아픔을 담아 기록한 영상들이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하나의 장르로 부상한 것이다. 댓글에는 “위로가 된다”는 공감부터 “사적인 감정을 소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엇갈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공감과 지지 얻어 마음의 위기 극복하려는 심리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대중화는 이별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가까운 친구에게 하소연하며 극복해 나가던 과정을, 이제는 이름도 모르는 수십만 명과 나누는 것이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제작되는 이별 브이로그는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적 소재 덕분에 인기가 많다.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이 보내는 격려와 응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려는 심리도 깔려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울음을 터뜨리며 감정을 드러내거나 결별 이유를 털어놓은 뒤 일상을 담는 영상이 쉽게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화를 긍정적이라고 분석한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보통 노인은 추억을 먹고 살고 젊은이는 꿈을 먹고 산다고 하지만, 이제는 젊은 세대도 추억을 소비한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같이 공감해 주는 문화가 확산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나 극복한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위기 극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과 ‘동일시’하는 시청자들
이별 브이로그와 이혼 브이로그는 영상 길이가 다소 길어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단순한 호기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런 영상을 왜 시청하는 걸까? 임명호 교수는 “간접적인 경험이 나에게도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심리가 적용할 것”이라며 “이전에 겪었던 자신의 아픈 경험을 영상을 통해 위로받는 일종의 ‘동일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유행했던 ‘거지방’, ‘미라클 모닝’ 등과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의 절약 도전기, 새벽 기상 챌린지를 지켜보며 자기 상황을 대입했던 것처럼, 이별 브이로그 역시 타인의 경험에 자신을 대입하며 공감과 위로를 얻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악플 우려도… 2차 상처 막으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사적인 경험을 공개하는 데에는 위험도 따른다. 남의 불행을 보며 기뻐하는 ‘샤덴프로이데’ 심리가 작동할 수 있는데, 일부의 시청자들이 악성 댓글을 남기며 오히려 영상을 올린 당사자에게 2차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임명호 교수는 “너무 상세하게 경험을 소개하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아픔을 나누며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는 문화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피해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악성 댓글이 달렸다면 ‘상대가 왜곡해 공격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탓하거나 불필요한 죄책감, 수치심을 느낄 필요 없고 심할 경우 법적 조치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