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87)

발목은 하루에도 수천 번 체중을 지탱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관절이다. 하지만 인대나 연골 손상, 나아가 발목관절염까지 진행돼도 초기에는 통증이 경미해 방치되기 쉽다. 걸을 때 엄지발가락은 체중의 60%를 담당하며 몸의 추진력과 균형을 유지한다. 무지외반증이 진행되면 엄지보행이 무너지고 발의 아치가 붕괴되면서 하중이 제대로 분산되지 않는다. 심한 통증이 생겨 신발을 신기가 힘들어지고 일상적인 걷기가 어려워진다. 발바닥 통증의 대표 질환인 족저근막염은 아침 첫발을 디딜 때 뒤꿈치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서 있거나 걷는 시간이 긴 직업군에서 흔하다. 지간신경종은 발가락 사이 신경이 눌리며 통증과 함께 찌르르 전기가 오는 듯한 증세를 유발한다. 방치하면 보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렇듯 발과 발목 질환은 단순한 국소 통증을 넘어 우리의 걸음걸이와 균형, 삶의 질 전체에 직결된다. 작은 통증이라도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한 삶의 첫걸음이다. 지난 11년간 서울대입구역에서 수많은 환자와 함께 걸어오며, 환자 한 명 한 명의 발걸음 속에 담긴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단순히 통증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 전체를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이었다. 이제 그 소명을 이어가기 위한 제2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5일,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새롭게 진료를 시작한다. 최신 장비와 쾌적한 진료 환경을 갖추었고, 정형외과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의 협진 체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건물이나 장비가 아니라, 환자와의 신뢰에서 비롯될 것이다. 환자의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이고 치료 과정 내내 삶의 질을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것이 낙성대에서 지켜야 할 가장 큰 약속이라 생각한다.
발목과 발은 단순히 몸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일상을 누리며, 더 건강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토대다. 환자들과 함께 건강한 발걸음을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칼럼은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