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키덜트(kidult) 소비’가 뜨겁다./사진=AI생성이미지
최근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키덜트(kidult) 소비’가 뜨겁다. 한정판 피규어 ‘라부부’, 미니 피규어 뽑기 ‘가챠샵’, 전자펫 장난감 ‘다마고치’ 등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다마고치는 지난달 출시된 신제품이 발매 직후 매진됐고, 일부 단종 모델은 웃돈이 붙은 리셀(재판매) 거래도 활발하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다마고치 썸’의 지난 10일 기준 거래가는 정가(5만4900원)의 7배가 넘는 40만9000원에 형성돼 있다. MZ세대가 이토록 ‘장난감’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키덜트는 성인이 장난감·캐릭터 상품·게임 등 어린이 문화에 속한 물건을 소비하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향수와 개성 표현, 스트레스 완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심리적 효과는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20년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장난감 수집은 단순한 소유를 넘어 ‘자기 표현’과 ‘내면 갈등 해소’를 돕는 심리적 장치로 작용한다.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원장은 “어린 시절은 허용적이고 책임이 덜한 시기로, 그 시절의 물건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키덜트 문화와 복고 제품 소비가 세대를 막론하고 주기적으로 유행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키덜트 소비는 모든 세대에서 나타나지만, MZ세대에서 특히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현재 MZ세대는 취업난, 경제 불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며 “부모 세대의 아낌없는 양육과 풍족한 환경 속에서 자란 만큼, 현재와 과거의 격차를 크게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런 심리적 간극은 과거의 안정감을 되살리거나 새로운 방식의 위로를 찾게 한다. 여기에 SNS 인증 문화가 더해져 취향과 개성을 공유하며 소비 열기는 더 빨리 확산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소비가 과도해질 경우 부작용이 있다고 경고한다. 한승민 원장은 “한정판 경쟁과 리셀 문화, 과시적 소비가 결합하면 가격이 높아도 무리해서 사는 과소비·충동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이 주는 감정과 사회적 인정에 집착하면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으려면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곽금주 교수는 “무조건 모으는 ‘저장 강박’도 피해야 한다”며 “물건을 사는 대신 운동·명상·취미 등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병행하고, 마케팅 상술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