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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만 넣으면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도록 도와주는 노안 치료 안약이 미국에서 공식 승인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 한 번만 넣으면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도록 도와주는 노안 치료 안약이 미국에서 공식 승인됐다.

지난 6일(현지 시각) 호주 과학전문매체 뉴아틀라스 등 외신은 미국 제약회사 렌즈 테라퓨틱스의 노안 치료용 점안제 ‘비즈(VIZ)’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비즈는 ‘아세클리딘’이라는 성분을 통해 동공을 줄여 초점을 선명하게 맞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아세클리딘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동공 괄약근을 수축시키는 콜린성 작용제의 일종으로, 동공이 작아지면 ‘핀홀 효과(pinhole effect)’가 나타나 가까운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 이 효과는 최대 10시간 지속된다. 이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안과 신영인 교수는 “이 과정은 수정체나 초점을 조절하는 근육인 모양체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원거리 시력이 비교적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기존 노안 치료 안약들이 일시적으로 조절력을 증가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아세클리딘 기반 점안제는 동공 조절을 통해 근거리 시야를 개선하는 새로운 접근”이라고 말했다.

렌즈 테라퓨틱스는 “이 약은 눈의 모양체근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원거리 시야가 흐려지거나 근시가 생기는 부작용이 없다”고 했다. 회사 대표 에프 쉬멜페닝크는 “미국에서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1억2800만 명의 성인을 위한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노안을 완화하는 점안제가 있었지만, 눈꺼풀이 무거워지거나 유리체·망막에 이상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이번에 승인된 비즈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FDA 승인 근거가 된 임상시험에서는 총 466명을 대상으로 하루 한 번 점안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약을 넣은 뒤 30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났고, 최대 10시간 동안 시야 개선 효과가 지속됐다. 또 6개월간 장기 사용 시에도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영인 교수는 “아세클리딘의 작용은 비교적 국소적이지만, 동공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야간 시력 저하, 눈부심, 시야 협착 같은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또한 장기간 반복 사용 시 동공 반응의 변화나 약물 내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녹내장이나 망막 질환 등 기존 안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에 신중해야 하며,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도입 시에는 일정 기간 의료진의 판단 아래 제한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