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말은 단순한 의류가 아니다. 인체에서 가장 많은 미생물이 서식하는 발에 밀착돼, 수많은 세균과 곰팡이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미생물 스펀지’ 역할을 한다. 영국 레스터대 임상미생물학 교수로 역임 중인 프림로즈 프리스톤 박사는 지난달 30일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양말과 발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공간”이라며, 양말을 제대로 세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온다습한 발 환경, 곰팡이 번식의 ‘최적 조건’
인체에서 가장 다양한 진균이 존재하는 부위가 바로 발이다. 사람의 발은 신체 부위 중에서도 땀샘이 밀집된 부위다. 특히 발가락 사이 공간은 습도와 온도가 높아 세균과 진균(곰팡이)의 번식이 활발하다. 프리스톤 박사는 “발 피부 1㎠당 미생물이 적게는 100개에서 많게는 1000만 개까지 존재한다”며 “사람마다 최대 1000종에 달하는 다양한 세균과 진균(곰팡이류)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발의 미생물들은 고스란히 양말로 옮겨간다. 항균 전문 브랜드 데톨이 2023년 발표한 실험에 따르면, 12시간 착용한 양말은 모든 의류 중 가장 많은 세균과 곰팡이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폐렴과 수막염의 원인이 되는 크립토코커스균, 폐에 침입해 결핵 유사 증상을 유발하는 히스토플라즈마 곰팡이 등 잠재적 병원성 미생물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양말은 또한 바닥, 먼지, 반려동물의 털 등 주변 환경에서 오는 외부 미생물까지 흡수하며 일종의 ‘미생물 스펀지’ 역할을 한다. 양말 속 박테리아와 진균은 신발, 바닥, 침구, 피부에까지 옮겨가며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감염성 질환은 ‘무좀’이다. 무좀의 원인균인 피부사상균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빠르게 번식하며, 발가락에서 발뒤꿈치, 사타구니, 손 등 다른 부위로 퍼지기 쉽다.
◇양말 뒤집고 ‘60도 이상 고온’에서 세탁해야
미생물로 인한 감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양말을 올바르게 세탁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스톤 박사는 ▲양말을 뒤집어 안쪽에 집중된 세균을 노출시켜 세탁할 것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프로테아제, 리파아제, 아밀라아제) 기반 세제를 사용할 것 ▲가능하면 60도 이상 고온에서 세탁할 것을 권했다.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30~40도 저온 세탁만으로는 세균과 곰팡이를 충분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온 세탁이 어렵다면 스팀다리미로 열을 가해 포자(균류, 식물, 세균 등이 번식하거나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형성하는 저항성 세포)를 죽이거나, 자외선 살균 효과가 있는 햇볕에 말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면양말은 합성 섬유보다 열에 더 강해, 진균 감염에 취약한 사람에게 더욱 적합하다.
프리스톤 박사는 세탁법 외에도 “공공장소에서 맨발로 다니지 않고, 양말·수건·신발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발가락 사이를 깨끗하게 씻고 잘 말리는 기본 습관만으로도 감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