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용의 藥이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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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무더운 여름, 쉽게 지치고 입맛도 떨어지는 계절이다. 체력은 저하되고, 속은 더부룩하고, 땀은 끊임없이 나며 시원한 물을 마셔도 갈증은 가시질 않는다. 이런 여름철 허약 증상과 소화기 문제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전통 처방이 있다. 바로 조선시대 왕실도 즐겨 찾았던 제호탕이다.

제호탕은 한의학적으로 기허증과 비위허약을 개선하는 처방이다. 쉽게 말해 여름철 기를 북돋고 찬 음식으로 약해진 소화기계를 강화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호탕의 구성 약물들은 위장관의 운동성을 촉진하며 소화 효소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점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현대적인 의미의 기능성 소화장애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항염, 항산화 작용이 함께 나타나 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와 면역력 약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이렇다 보니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 특히 조선 왕실에서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애용된 처방 중 하나다. 세종실록에서는 세종대왕이 여름마다 속이 불편해 식욕을 잃었을 때 어의들이 올린 제호탕을 복용한 뒤 ‘속이 맑고 기운이 도는 느낌’이라며 극찬한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영조 임금 역시 더위에 약한 체질로 알려져 있는데, 여름철 컨디션이 나빠지면 제호탕을 복용해 컨디션을 조절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비극적인 일화에도 등장하는데, 뒤주에서 더위와 굶주림에 지쳐가던 사도세자에게 궁인들이 몰래 제호탕을 담아 들여보냈다는 일화도 존재할 만큼 제호탕은 여름철 더위와 기력 회복에 애용된 처방이었다.


제호탕의 가장 주요한 약재가 바로 매실이다. 오매육이라고 하여 매실의 과육을 사용하는데 매실에는 구연산, 사과산, 호박산 등 다양한 유기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피로물질인 젖산의 분해를 촉진하고 체내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또한, 매실은 강력한 살균 작용을 통해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력을 높여준다. 이 때문인지 여름철 찬 음식 섭취로 인한 위장 기능 저하, 설사, 복부팽만 등에 예로부터 사용됐었다. 제호탕에는 매실 외에도 사인과 초과, 백단향이 들어가는데, 재미있는 점은 모두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들이라는 것이고 우리는 여기에서 한의학의 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여름철 생기는 배탈이나 소화기 장애는 주로 더워서 발생하는 것보다는 더운 날씨에 찬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것으로 겉은 덥지만 속은 차가워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렇게 인체의 외부는 뜨겁고 내부는 차가운 상태를 치료하면서 더위와 갈증까지 날려버리는 것이 바로 제호탕으로 안과 밖을 한 번에 아우르는 한의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흔한 방법은 매실청을 만들어 복용하는 것이다. 다만, 매실청에는 당분이 과하기에 당뇨병 환자는 묽게 희석하여 복용하길 권장한다. 매실을 술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이때는 매실의 양을 충분히 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단, 매실은 생으로 다량 섭취하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에 충분히 숙성된 상태에서 섭취해야 하며 제호탕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전문가인 한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