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최근 2030세대에서 ‘밍글링 투어’가 인기다. 밍글링 투어는 ‘어울린다’라는 뜻인 ‘mingling’과 ‘여행’이라는 뜻인 ‘tour’가 더해진 단어를 말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2030세대에서 ‘밍글링 투어’가 인기다. 밍글링 투어는 ‘어울린다(mingling)’와 ‘여행(tour)’이 합쳐진 단어로, 처음 만난 사람들과 가볍게 어울리며 함께 여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대표 여행사인 하나투어에서도 밍글링 투어 상품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프리다이빙, 요가, 위스키 같은 여행 주제를 중심으로 참가자를 모아 친구처럼 어울리도록 구성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반응이 좋아 올해는 지역과 상품 수를 확대했다”고 했다.

밍글링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일회성 만남’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한 번의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는 구조다. 밍글링 투어의 주요 대상인 2030 세대들이 깊이 있는 관계보다 자연스럽고 가벼운 만남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밍글링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일회성으로 만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를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좋아하는 활동에만 오로지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2030세대는 자신의 감정이나 에너지를 절약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야 하는 사회에서 젊은 세대들은 차라리 타인이 편한 상황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지인들과 함께 가면 배려하고 맞춰줘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곽금주 교수는 “건강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는데, 편한 것만 추구하게 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깊이 있는 관계를 맺었을 때 오는 불편감이나 부담감 등을 학습할 기회가 점차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냉소감을 강화하기도 한다. 냉소감은 사람이나 사회에 대한 신뢰가 없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말한다. 곽금주 교수는 “일회성 만남은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보다는 단편적이고 표면적인 상호작용에 그치기 쉬워, 상대에 대한 신뢰나 애착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점점 타인에게 기대거나 마음을 여는 것보다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의심하는 등 냉소적인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는 앞으로 밍글링 투어와 같은 일회성 모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곽금주 교수는 “식사 모임부터 운동, 여행까지 일회성 만남이 늘어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얕은 관계에만 의존하지 말고, 그 안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