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질환인 치쿤구니야열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9일 임승관 청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중국과 브라질 등에서 유행 중인 치쿤구니야열병의 국내 유입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치쿤구니야열은 제3급 법정 감염병으로,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감염되면 평균 1~12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관절통, 근육통,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1952년 탄자니아에서 처음 보고됐고, 질병명은 관절통으로 몸을 구부린 환자의 자세에서 유래했다.
뎅기열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증으로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치사율은 1% 미만이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감염은 모기가 사람을 물 때 침샘에 있던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가면서 발생한다. 사람 간 직접 전파는 없지만, 드물게 수혈, 모자간 수직 감염, 실험실 노출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71명이 신고됐다. 모두 해외에서 감염돼 유입된 사례였다. 추정 감염 지역은 태국(19명), 인도(12명), 인도네시아(9명), 미얀마·필리핀(각 7명), 라오스(4명), 베트남(3명) 등이다. 올해는 7월에 1명이 보고됐다.
질병청은 “이집트숲모기는 국내에 존재하지 않으며,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에서도 현재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없다”며 “6월에 채집한 흰줄숲모기 636마리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음성이었다”고 했다.
세계적으로는 지난달 초 기준 14개국에서 약 22만 명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이 중 80명이 사망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를 비롯해 레위니옹, 마요트, 모리셔스 등 인도양 지역에서도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광둥성에서는 일주일 만에 신규 감염자가 2940명 발생하며, 누적 감염자가 4824명에 달했다.
질병청 대변인은 “치쿤구니야열은 사람 간 전파되지는 않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기저질환자나 고령층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변화로 인해 매개 모기의 서식지가 넓어지면서 국내 유입 시에도 제한적 전파가 가능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질병청은 광둥성,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입국자 대상 집중 감시에 나설 예정이다. 또 여름철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국민에게는 감염병 발생 지역 정보를 확인하고, 모기 기피제와 밝은색 긴 옷, 모기장 등을 준비해 모기 물림을 예방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외출 시에는 3~4시간 간격으로 기피제를 사용하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