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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차량에 미성년 자녀 네 명을 방치한 채 성인용품점에서 한 시간 동안 머문 아버지가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경찰 당국은 오후 3시 30분경 한 주차장에 있는 차 안에 어린이 네 명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았다. 당시 기온은 섭씨 40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였다.
출동한 경찰이 잠겨있는 차량 문을 강제로 열었을 때 안에는 2세, 3세, 4세, 7세 어린이 총 네 명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땀에 흠뻑 젖는 등 열사병 초기 증세를 보였다. 당시 차량 내부 온도는 섭씨 51도에 육박했고, 아이들의 체온은 섭씨 38도에 가까워 조금만 늦었다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들의 아버지 아센시오 라르고(38)는 자녀들을 차량에 남겨둔 채 인근 성인용품점에 들어가 한 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에 회부된 라르고에 대해 재판부는 “경찰의 지속적인 호출에도 응답하지 않고, 사건 발생 차량이 본인 차량이 아니라는 거짓 진술까지 했다”며 “애리조나주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차량에 아이를 방치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는 고온건조한 사막기후로 미국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현재 아동학대 네 건과 아동 위협 혐의 네 건으로 구속된 상태다.
여름철 차량 내 방치로 인한 아동 사고는 국내에서도 이따금 발생한다. 2016년 광주 광산구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에서는 4세 남아가 여덟 시간가량 갇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적 있다. 2018년에는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4세 여아가 7시간 가까이 방치돼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폭염 속 차량의 높은 내부 온도가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름철 차량 내부의 온도는 외부보다 훨씬 높아지기 쉬워 차량 내부에 갇히는 사고를 주의해야 한다. 자동차의 유리창은 짧은 파장의 가시광선은 쉽게 통과시킨다. 하지만 차량 내부로 들어와 흡수된 열이 다시 복사열의 형태로 방출될 때는 긴 파장의 적외선으로 전환되는데, 이 적외선은 유리창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 결과 열이 차량 내부에 갇히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또한, 차량 내부는 밀폐된 작은 공간이고 계기판이나 시트 같은 어두운 색상의 내장재는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열을 발생시킨다. 이런 원리 때문에 한여름 햇볕 아래 주차된 차량의 내부 온도는 불과 10~20분 만에 어린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을 수 있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낮 시간대 실외활동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윤정 교수는 “햇볕이 뜨거운 11~16시의 야외 활동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며 “실외활동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자주 물을 마시며, 땀의 증발을 돕고 열 흡수를 줄일 수 있는 밝은색 계열의 옷을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외활동 중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면 가급적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곳보다는 지하 주차장이나 그늘진 곳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창문 가림막을 사용하거나 양옆의 창문을 살짝 열어둬 공기가 순환되도록 하면 차량 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나 반려동물을 차에 두고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