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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베비/사진=한국로슈
한국로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방암 치료제 '이토베비'의 허가를 획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토베비는 경구용 PI3K(포스파티딜이노시톨 3-키나제) 억제제로, 로슈가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영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표적 치료제다. PI3K는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에 관여하는 효소 중 하나다.

이번 허가로 이토베비는 PIK3CA 유전자 변이 양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HER2) 음성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수술 후 보조 내분비요법 도중 또는 완료 후 12개월 이내에 암이 재발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 중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 팔보시클립(입랜스)·풀베스트란트(파슬로덱스)와 병용 투여하면 된다.

보조요법으로 CDK4/6 억제제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경우, CDK4/6 억제제 치료 종료 후 12개월을 초과한 시점부터 사용할 수 있다. 폐경 전 여성과 남성 환자의 경우 LHRH 길항제를 함께 투여한다.

이번 허가는 임상 3상 시험 'INAVO120'의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 161명을 대상으로 이토베비·팔보시클립·풀베스트란트를 병용 투여한 결과, 위약·팔보시클립·풀베스트란트 병용 투여 대비 전체 생존기간(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34.2개월 시점에 이토베비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34개월로 위약군 대비 7개월 길었으며, 환자의 사망 위험은 33% 감소했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는 "PIK3CA 변이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해 질병을 빠르게 진행시키므로 불량한 예후로 이어질 수 있어, 그동안 새로운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컸다"며 "이토베비는 PIK3CA 변이를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표준요법 대비 두 배 이상의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과 더불어 PI3K 억제제 가운데 유일하게 전체 생존기간 연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약 6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며, 이 중 약 40%가 PIK3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PIK3CA 변이의 활성화는 PI3K 신호전달 경로의 조절 이상으로 이어져 기존 치료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