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휘의 근거로 알려주는 의학 퀴즈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까맣게 탄 고기나 빵을 보며 불안한 마음에 탄 부분을 떼어내고 드시곤 하죠. 사실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특정 화학 물질들이 문제의 원인인데, 이 물질들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생성량'을 줄이는 현명한 조리법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어떤 물질이 문제가 되고, 우리 식탁에서 어떻게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의 퀴즈: 탄 부분만 잘라내면 발암물질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정답은 X입니다.
핵심 근거1.
고온 조리 시 음식, 특히 육류나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에서는 원래 없던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성됩니다. 이 중 일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물질들은 주로 음식의 까맣게 탄 부위에 집중적으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탄 부분을 잘라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닭고기로 실험한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조리 온도가 올라갈수록,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HCAs(인체 발암 의심 물질)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표에서 붉은색으로 표시한 230°C에서 15분간 구운 닭 고기의 껍질에는 HCAs가 764.18 ng/g, 내부에는 20.58 ng/g으로 겉 부분에 매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HCAs가 집중된 껍질이나 탄 표면을 제거하면 발암물질 섭취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 살코기에도 HCAs가 존재하고, 보통 껍질보다 살코기를 더 많이 먹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탄 부분만 제거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붉은 고기 자체에 풍부한 '헴철(heme iron)'이나 가공육에 포함된 'N-니트로소 화합물(NOCs)' 등 다른 발암 관련 물질들이 고온 조리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칵테일 효과’ (여러 물질이 만났을 때, 단순히 합한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눈에 보이는 탄 부분을 제거해도 다른 복합적인 유해 물질들은 그대로 섭취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핵심 근거2.
발암물질 생성을 최소화하고 건강하게 구운 고기를 즐길 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핵심은 1) 온도와 시간, 2) 조리법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1) 온도와 시간 조절 : 우선, 굽거나 튀기는 대신 찜, 삶기 등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습열 조리법을 선택하면 발암물질 생성을 거의 막을 수 있습니다. 굽는다면, 굽기 전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미리 익혀 고온 노출 시간을 줄이면 HCAs 생성을 크게 억제할 수 있습니다.
2) 자주 뒤집기 : 고기를 자주 뒤집어주면 한쪽 표면이 과도하게 가열되는 것을 막아 HCAs 생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마리네이드(조리 전 재워두기) : 고기를 굽기 전 식초, 레몬즙, 허브, 마늘, 양파 등에 마리네이드(재우기)하면, HCAs의 생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는 로즈마리, 마늘 등을 넣은 마리네이드가 소고기 스테이크의 HCAs를 57~88%까지 감소시켰습니다.
4) 지방 제거 : PAHs는 지방이 탈 때 생기므로, 조리 전 눈에 보이는 지방을 제거합니다. 숯불구이를 한다면, 고기 기름이 불꽃에 직접 떨어져 생기는 연기를 줄여 발암물질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5) 채소와 함께 먹기 : 구운 고기를 먹을 때는 상추, 깻잎, 브로콜리, 양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를 듬뿍 곁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의 결론
1. 고기를 고온에서 조리(굽기, 튀기기)하면 HCAs, PAHs와 같은 발암 물질이 생성되며, 단순히 탄 부분을 잘라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고온 조리(굽기, 튀기기) 대신, 찜, 삶기 등 습열식 조리를 권장한다.
2. 고기를 굽기 전에는 지방을 제거하고, 마리네이드(식초, 레몬즙 등에 재우기)하며,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미리 익혀서 굽는 시간을 줄이면, 발암 물질의 생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3. 고기를 구울 때는 자주 뒤집어주면 발암 물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구운 고기는 타거나 과하게 익은 부분을 제거하고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