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손보험 구조개혁과 비급여 관리 강화를 추진하면서 물리치료사들이 생존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정형외과의원들이 도수치료 수요 감소에 대비해 물리치료사 채용을 축소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도수치료실 축소하는 개원가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물리치료사를 신규 채용하지 않는 정형외과가 늘고 있다. 과거에도 기구나 장비를 활용한 일반 물리치료는 수가가 인건비를 따라가지 못해 물리치료실을 아예 폐쇄하는 병의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도수치료실 운영까지 축소되는 추세다.
정형외과 개원의 A씨는 “개인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를 고용해 수가대로 물리치료를 시행하는 것 자체가 적자”라며 “이런 상황에서 관리급여까지 도입된다니, 도수치료 수요 감소에 대비해 채용을 줄이는 병의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개원하는 정형외과 의사들은 주사나 약제 위주로 진료 방향을 잡지, 물리치료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잉진료 막을 관리급여… 도수치료 접근 막히나
정부는 지난 3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를 통해 비급여 적정 관리·실손보험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치료를 ‘관리급여’에 편입시켜 급여 기준을 설정하고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전 정권에서 추진한 정책이지만 현 정권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제1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도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에 대한 적정 관리체계(관리급여) 추진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의료체계를 왜곡하고 환자 안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감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으로 연간 최소 12조9400억원의 추가 의료비가 유발되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최소 3조830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
◇과잉 막으려다 환자 선택권 제한할 수도
관리급여로 지정될 항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영양주사 등 비급여 이용률이 높은 항목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의료계는 과잉 진료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예를 들어 체외충격파는 대표적인 과잉진료 항목으로 지목되지만, 석회성 건염에 효과가 탁월하다”며 “어디까지를 과잉이라고 볼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호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은 “도수치료를 공장식으로 처방하며 과잉 진료를 유도한 일부 의료기관도 있었지만, 의학적 필요에 따라 처방되는 도수치료까지 일괄 규제해서는 안 된다”며 “과잉을 막겠다는 명분 아래 환자와 의료진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의에 물리치료사 참여를”
물리치료사들은 생존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만약 도수치료가 관리급여 항목으로 정해지면 본인 부담률이 높아져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리급여로 적정 가격이 정해지면 환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입장이지만 자기부담률과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같게 설정된 5세대 실손보험이 함께 도입된다는 점에서 결국 환자의 본인 부담률은 지금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면 병·의원들이 물리치료 서비스를 점차 축소해 치료사들이 설 곳이 좁아질 수 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이민형 이사는 “현장은 이미 채용을 멈추거나, 권고사직 형태로 물리치료사들을 내보내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도수치료를 과잉진료로 규정한 채 접근하는 것처럼 보여 가장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물리치료사들은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돼왔다”며 “이제라도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환자·수요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인 ‘비급여 관리 정책협의체’에서 치료 필수성, 사회적 편익, 재정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관리급여 항목을 선정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