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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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교수 그림
환자분들에게 “미술 치료사입니다”라고 인사드리면, “아이고, 저는 그림 못 그립니다”며 손사래를 치시던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AI 기술에 익숙해지셔서, 프로필 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애니메이션 풍으로 바꾼 이미지를 보여주시며 “이런 거 좋아해요”라며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최근에는 과거 어린 시절의 사진과 지금의 사진을 함께 넣어,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내가 안아주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혹시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처럼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내가 안아주는’ 이미지는 내면의 상처받은 어린 자아를 치유하는 상징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이 됩니다.

이런 작업을 위해 모인 분들은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 없이 미술 치료 집단에 참여하게 됩니다.

“몇 살의 나를 안아주고 싶으세요? 그 시절의 나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었나요?”
이러한 질문을 나누며, 환자분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외로웠던 시절, 실패와 좌절을 겪었던 순간들. 비록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인생의 보편적인 고난에 관한 이야기는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각자의 병실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시간에는 세상이 막막하고, 자신의 처지가 가장 힘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 누구나 삶의 어딘가에서 닮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AI 기술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가 안아주고 싶은 삶의 어려운 순간들을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이 공간 안에는 서로를 향한 따뜻한 공감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한 중년 여성 환자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분들 이야기 들으니, 저에게도 그렇게 힘들고 도움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장 안아주고 싶은 순간을 떠올려 보라면, 암 진단을 받던 날이 떠올라요. 멍하니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던 그날의 저를 안아주고 싶어요.”

그 이야기가 끝나자, 참여하신 모든 환자분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날’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나누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날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처럼 아득했어요.”
“꿈이다, 꿈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하철역까지 걸었어요.”
“남편이 보호자로 옆에 있었는데 울먹이며 의사 선생님께 뭔가 묻고, 선생님은 대답하시고… 근데 저는 현실감이 없었어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암 진단을 받은 날. 그날의 이야기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환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이어주는 공감의 주제가 돼 주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날의 감정, 장면을 이야기한 뒤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봅니다. 그리고 그 옆 장면에는, 암 진단받고 울고 있는 자신을 큰 품으로 너그럽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회복된 나’의 모습을 그립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더라도, 미래에 회복된 내가 과거의 슬픈 나를 위로해주는 이미지입니다. 내가 나를 안아주는 장면이죠.

이런 작업은 자기 자신을 자비롭게 바라보고 위로하는 연습이 됩니다.

또한 암 진단을 받던 날, 손이 떨리고, 눈물이 저절로 나고, 정신이 멍해졌던 그날의 감각을 다시 떠올려 보는 일은, 그날의 정서에 조심스럽게 다시 접촉해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는 암 환자의 회복 과정을 새롭게 다시 써 내려가는 중요한 정서적 자원이 됩니다.

암 진단 이후, 여러분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했나요? 얼마나 많은 도전이 필요한가요?

때로는 두렵고, 외롭고, 막막하지만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여러분의 용기를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그 길 끝에서, 회복된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과거의 나를 오늘의 내가 위로하고, 오늘의 나를 미래의 내가 응원합니다.

오늘의 저는, 여러분의 ‘회복의 길’이 너무 외롭지 않기를, 너무 두렵지 않기를, 너무 험난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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