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쇼그렌증후군 명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곽승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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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곽승기 교수./사진=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눈이 뻑뻑하거나 입이 마를 때 단순한 안구건조증이나 커피·노화 탓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쇼그렌증후군은 눈물샘과 침샘에 염증이 생겨 분비 기능이 저하되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입과 눈의 건조 외에도 관절통, 전신 피로, 피부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폐에 염증이 생겨 간질성 폐질환으로 진행되며, 드물게는 이로 인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쇼그렌증후군 환자 수는 3만51명으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환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며, 특히 50~60대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다. 증상이 일상적인 불편감과 유사해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쇼그렌증후군 명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곽승기 교수에게 주요 증상과 치료 방향에 대해 물었다.

-유독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쇼그렌증후군은 단일한 원인으로 발생하기보다 여러 요인이 맞물려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특히 여성에게서 현저히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것은 폐경 전후의 호르몬 변화가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 면역 균형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외분비샘이 자가면역 반응에 취약해진다. 이런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기가 50~60대 여성이다 보니 해당 연령대에서 주로 진단된다.”

-안구건조증이랑 구분하기 어렵다는데, 보통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나?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절반 정도는 입이 마르거나 눈이 뻑뻑한 건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나머지는 관절통이나 겨울철 손끝이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 같은 증상으로 내원하거나, 건강검진에서 류마티스 인자(RF) 양성이 확인돼 의뢰된다. 이후 진료 과정에서 입이나 눈의 건조감을 호소해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졌다. 현재 치료 방식은?
“쇼그렌증후군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환자마다 증상 양상과 진행 속도가 달라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다. 또 완치를 목표로 한 치료제가 없어 일반적으로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현재 치료는 증상 조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안구건조증이 심하지 않다면 가까운 안과에서 점안 치료만으로도 관리할 수 있다. 입마름 증상에는 침샘 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쓰기도 하지만, 침이나 땀이 과도하게 분비돼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어 복용 여부는 환자와 상의해 결정한다. 증상이 경미하면 약 없이 지켜보며 6개월마다 경과를 관찰하기도 한다.”

-쇼그렌증후군 치료제 임상 중이라고 들었다. 진행 상황은?
“현재 쇼그렌증후군의 전신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제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임상 3상은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일부 약제는 임상이 거의 종료돼 조만간 미국 FDA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들 치료제가 승인되면 쇼그렌증후군의 전신 활성도를 낮춰, 관절통, 혈관염, 침샘 부종 같은 전신 증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조 증상의 경우 아직 개선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진 않았지만, 향후 임상 결과에 따라 치료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다른 자가면역질환이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나?
“쇼그렌증후군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신홍반루푸스(SLE)나 전신경화증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침샘이 수주 이상 붓는 등 비정상적인 증상이 지속되면 림프종(혈액암)을 의심해야 한다. 쇼그렌증후군에서 항체를 생성하는 B세포가 활성화된 상태로 유지되면서, 이 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림프종 발병 위험은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림프종 자체가 흔한 질환은 아니므로, 과도한 걱정보다는 적절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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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곽승기 교수가 쇼그렌증후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환자는 생활 속에서 뭘 주의해야 하나?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기본이며,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홍차, 녹차, 콜라, 사이다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건조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수면제, 항히스타민제, 알레르기 약, 우울증 치료제 등이 입과 눈의 건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단, 해당 약물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해 복용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구·구강 건조증이 나타날 때,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나?
“입과 눈의 건조감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물이나 인공눈물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라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단순한 건조감과 달리, 입안이 끈적이고 혀가 갈라지며 빵이나 과자를 씹기 어려울 정도로 침이 마르기도 한다. 눈은 뻑뻑함, 이물감, 작열감 외에 통증이 동반되거나 오후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피로감, 관절통, 피부 건조, 손 저림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안구·구강건조증으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류마티스내과에서는 눈물 분비량을 측정하는 셔머테스트, 항SSA/SSB 항체 검사, 타액선 조직검사, 타액선 스캔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진단 후 정기 검사는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
“보통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쇼그렌증후군은 증상이 없어도 질환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질환의 활성도와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혈액검사에서 먼저 이상 소견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자가 판단으로 검사를 생략하지 말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쇼그렌증후군은 약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 만성질환으로서 충분히 관리하며 지낼 수 있다. 특히 간질성 폐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도 대부분은 진행 속도가 느리다. 다만 드물게는 수년 내 빠르게 악화되기도 해, 이럴 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다행히 2025년 5월부터 항섬유화제 ‘닌테다닙(오페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치료 접근성도 높아졌다. 병원 진료는 꾸준히 받되, 일상에서는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곽승기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내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이자 대한류마티스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쇼그렌증후군·루푸스·전신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최근에는 쇼그렌증후군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기관 임상 연구에 참여해, 새로운 염증 억제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