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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혀의 구조는 위생 관리, 먹이 섭취, 수분 보충까지 그들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양이가 다가와 내 팔을 핥으면 핥은 부위가 따갑다. 겉보기엔 작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혓바닥에 바늘처럼 뾰족한 돌기가 있어서다.

‘파필라’라고도 불리는 이 뾰족한 돌기는 단단한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사람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성분과 같은 것으로, 혀를 거칠고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돌기는 뒤로 굽은 갈고리 형태로 배열돼 있어 고양이가 무언가를 핥을 때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털 손질을 의미하는 그루밍이다. 고양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자신의 몸을 핥으며 털을 관리하는데, 이때 돌기가 마치 정밀한 브러시처럼 작용해 죽은 털과 먼지, 기름기를 제거해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양이는 스스로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 또, 그루밍은 고양이의 체온 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양이는 땀샘이 주로 발바닥에 몰려있기 때문에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출 수 없다. 대신 그루밍을 통해 몸 전체에 침을 발라, 침이 증발할 때 몸의 열을 함께 날려 보냄으로써 체온을 낮춘다.


까칠한 혓바닥은 먹이를 처리하는 데에도 쓰인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새나 설치류 같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데, 이때 혀의 돌기를 이용해 뼈에 붙은 살점을 긁어낸다. 반려묘가 간식을 먹을 때 혀로 핥는 것도 이 행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고양이가 물 마시는 방법이 특이한 이유도 혓바닥의 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고양이는 개처럼 혀로 물을 떠먹지 않고, 혀끝을 물에 빠르게 찍어 올려 생기는 얇은 물기둥을 혀와 입으로 끌어당긴다. 이 과정에서 혀의 돌기가 물을 잡아당기는 데 도움을 준다. 고양이는 초당 약 3~4회의 속도로 혀를 물에 찍으며 정확한 타이밍에 입을 닫아 물을 삼킨다.

고양이 혀의 구조는 단순한 생물학적 특징이 아니라, ▲위생 관리 ▲먹이 섭취 ▲수분 보충까지 그들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몸 이곳저곳을 핥는 고양이의 일상적인 행동은 고양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섬세하게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