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_황대용 건국대의료원장

새 병원 개원 20주년… 인프라 확장
최고 의료진 영입·육성, 중증진료 강화
"환자 중심 혁신 이루는 100주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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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의료원 황대용 의료원장은 “건국대의료원을 질병을 넘어 건강한 삶을 확장해주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리더에게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 있는 리더는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리더의 그 철학이 조직을 움직이는 나침반이 돼주는 덕분이다. 건국대의료원 황대용 의료원장은 말보다 행동으로 철학을 증명해낸다. 말로는 누구나 쉽게 외칠 수 있는 '환자 중심'이라는 가치를 그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해내는 의사이자 리더다. 황대용 의료원장을 만나 건국대의료원의 100주년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의료원장으로서 바라본 건국대병원 100주년의 의미는?

100주년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장구한 역사를 축하하는 게 아닌, 의료원의 최우선 목표이자 과제인 '환자 중심의 통합적 혁신'을 실현하는 출발점이라는 데 있다. 어지럼증 환자를 예로 들자. '어지럼증은 대부분 귀의 문제'라는 얘기를 듣고, 귀 진료에 특화됐다는 이비인후과를 찾는다. 검사해보니 특별한 문제가 없다. 이런저런 재활 치료를 받아봐도 증상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신경의 문제인가 싶어 어지럼증을 진료한다는 신경과를 물어물어 찾아가지만, 여기서는 다시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한다"는 말을 듣는다. 환자는 몇 달을 고생하다가 결국 '나이 들면 다 어지러운가 보다' 하며 체념하고 적응해 살아간다. 주변에서 흔히 겪는 일들이다. 의학은 갈수록 세분화돼 간다. 특정 분야를 깊게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너무 세분화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이렇듯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해결해 줄 의사를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병원 같은 곳에서 환자가 특정 증상을 가지고 방문했을 때 한자리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통합된 의료 체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중이다.

'환자 중심'·'통합'·'혁신'은 사실 누구든 하는 생각일 텐데, 구체적 계획이 있나?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31년까지 외래 센터와 신관을 증축한다. 환자들의 진료·검사·수납 동선이 효율적이도록, 대기 시간이 줄어들도록, 쾌적한 공간에서 대기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할 것이다. 최신 MRI·CT·초음파 장비를 계속 도입해 정밀 진단 역량도 높인다. 환자들에게 빠르면서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병원을 찾는 게 '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 마냥 우울하고 슬픈 경험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 가는' 따뜻한 경험이 되도록 하고 싶다.

건국대병원·건국대충주병원·의과대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시너지를 창출해 내고 있는 건국대의료원은,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둔다. 지난 몇 년간 메르스, 코로나19, 의정 갈등 사태 등의 위기를 겪으며 병원은 '생존의 시기'를 보냈다. 이제는 환자 중심의 통합적 혁신 실현을 위한 '발전의 시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건국대병원은 인프라를 확장하고, 인공지능(AI)·로봇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전략을 수립하고, 중증 진료의 질적 역량을 글로벌하게 키워나갈 것이다. 현재의 강점인 심뇌혈관질환 외에도 장기 이식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국내외 환자들이 믿고 찾는 글로벌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첨단 항암 및 정밀의료를 기반으로 최적의 암 치료를 제공하고, 기초 연구 성과가 실제 임상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다. 이는 난치성 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선도하는 역할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본다.


건국대충주병원의 경우 심뇌혈관 질환 치료 허브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응급 의료 역량을 강화했고, 심장내과·신경외과 등 필수 진료과의 우수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지역 사회와의 신뢰를 형성하고 지역 거점 의료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젊은 의료진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정기적인 강좌 및 캠페인 등 지역 주민과의 소통 전략을 수립했다. 의과대학에서는 기초 교육과 연계한 임상 실습의 질적 혁신을 도모한다. 의대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 한 가운데 서 있는 학생들이 자부심을 갖고 환자 중심의 의료를 실현할 수 있도록 VR·AR 기반 실습 확대, AI 기반 교육 강화, 인문학 교육 강화를 계획했다.

건국대의료원 의료진도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나?

'디지털'을 넘어, '디지로그'가 중요해진 시대다. 제아무리 시설이 좋고 최첨단 장비를 갖춘 병원이라 해도, 그것을 '쓰는 사람'이 올곧은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환자 중심의 통합적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해도 의료의 본질은 공감과 소통이다. 환자를 데이터나 질병으로만 보지 않고 한 사람의 고유한 존재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의료진과 연구자들에게 건국대의료원의 설립자이신 유석창 박사의 '구료제민(救療濟民)' 정신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들의 삶을 구원하는 의료인이 돼야 한다. 나 역시 우리 병원 의료진이 이런 정신을 갖고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의료진 한 명 한 명이 환자 중심의 의료를 제공한다는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연구와 교육을 통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자부심을 품도록, 병원 발전을 위해 함께 헌신한다는 자긍심을 느끼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

100주년 때의 건국대의료원은 어떤 모습일까?

성당 같은 곳.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아플 때만 오는 곳이 아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삶을 챙기기 위해 오는 곳이 돼 있기를 바란다. 우리 의료원이 '뭔가 이뤄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곳이면 좋겠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중증·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병원, 미래 의료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병원이 되길 바란다. 환자에게는 삶의 희망이 되고 의료진에게는 최고의 자부심이 되는 곳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