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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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대형 스크린에 불륜 행각이 포착된 사건을 모방하는 사람들./사진=X 캡처
유명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대형 스크린에 불륜 행각이 포착된 사건이 전 세계적인 밈(meme,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이자 대중문화의 일부)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는 공연 도중 카메라로 관객들을 비춰 밴드와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이때 한 커플이 서로 껴안은 채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나왔는데, 두 사람은 전광판에 자신들의 모습이 나오자 당황하며 각자 얼굴을 가렸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미국 IT 기업 ‘아스트로노머’ 최고경영자(CEO) 앤디 바이런과 최고인사책임자(CPO) 크리스틴 캐벗이었다. 바이런은 아이가 두 명 있는 유부남이고, 캐벗은 2022년 전남편과 이혼했다.

두 사람의 불륜 스캔들은 큰 화제가 됐고, 너도나도 당시 전광판에 나온 두 사람의 모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미국 유타주 축구 경기장에서는 전광판으로 커플들을 비추자, 바이런과 캐벗처럼 허둥지둥 얼굴을 가리며 웃음을 유발했다. 필라델피아주 야구 경기장에서는 야구팀 공식 마스코트 인형탈을 쓴 직원들이 패러디를 하기도 했다.


불륜 스캔들 패러디에 대해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새로운 자극이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단순히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다는 것으로 이슈거리를 소비했다”며 “인터넷 접근이 쉬워지면서 패러디하는 형태로 소비 패턴이 변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집단에 속하려는 경향도 패러디 확산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집단을 만들고 집단에 속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터넷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만들기 쉽다. 같이 즐기고 같이 패러디하는 집단이 늘어나면서 이런 패러디가 확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패러디 문화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즐거움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심각한 사안을 희화화하고 웃어넘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2차 가해의 우려도 있다. 곽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당사자는 사표를 내고 이미 불륜이 공개되면서 벌을 받은 상황인데 잊고 싶어도 계속 비웃음을 당하고 2중 처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불륜으로 인한 상처를 입은 적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 상처를 상기시킬 수 있다. 곽 교수는 “가정사만으로도 상처인데 전 세계로 퍼지고 패러디로 소비되면 심적으로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인터넷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해당 가정의 아이들이 커가면서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쾌감과 즐거움을 위해 패러디를 할 때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즐겨야 한다. 상대를 너무 비방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어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