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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상을 당한 직원에게 대타를 구하고 가라고 한 직장 상사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친상을 당한 직장인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는 지난 12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직장 상사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서둘러 연락했다.

A씨는 “원장님,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방금 받아서 내려가고 있어요. 죄송하지만 출근이 힘들 것 같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돌아온 답변은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냐”며 “내일 오전에 예약이 많은데 대타구하고 갈 수 없느냐”였다.

충격을 받은 A씨는 “이 상황에서 대타를 구해야 하는 게 맞느냐”며 “계속 아프셨다가 돌아가신 거라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해서 생각보다 괜찮다, 한 달 뒤면 승급이라 하면서 버텼는데 여기저기서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친상이면 말이라도 위로부터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최소한의 배려도 없나” “이런 곳은 퇴사가 답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부모상이면 고객도 이해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사례와 관련해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부친상을 당한 직원에게 가장 먼저 나타나야 할 반응은 위로와 애도의 표현이어야 한다”며 “직장 상사가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나의 일처럼 느끼면서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김 원장은 “상사가 실무적, 행정적 문제를 먼저 언급한 것은 정서적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설령 인식했다 해도 이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타인의 정서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타인의 감정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사는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업무에 심각한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다. 김병수 원장은 “부정적 결과의 발생 가능성과 그로 인한 피해를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는 인지적 오류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라며 “상황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나오는 경직된 사고, 즉 ‘해야만 해’라는 사고가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체적 상황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신체적으로 피곤하거나 시간에 쫓길 때 반공감적으로 대응하게 된다”고 했다.

가장 적절한 대처법은 뭘까? 김병수 원장은 “가장 올바른 대응은 공감을 표현하고 그 후 실질적 지원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마음 잘 추스르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와 같은 정서적 공감 표현이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업무적 조정이 필요하다면 직원에게 직접 부담을 전가하는 대신, 조직 차원에서 지원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 원장은 “리더는 직원의 개인적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직 구성원이 서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직원은 자신이 이해받고 있으며 조직이 자신을 진정으로 돌보고 있다는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