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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관./사진=연합뉴스
마음건강심리사·마음건강상담사 자격을 신설해 비의료인에게도 상담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에 의료계가 비의료인의 상담 등이 환자의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17일, 대한의사협회는 정례브리핑 자료를 통해 “국회에서 발의된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해 각 산하단체 의견 조회를 통해 정리된 반대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에 관한 법률안’은 심리사 및 상담사 자격을 신설해 이들의 업무와 심리서비스의 범위를 정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비의료적 개입인 심리·상담 서비스와 관련된 인력 및 서비스에 대해 명확한 규정은 지금까지 없었다. 법안 배경에 대해 남 의원은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일생에 한 번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고,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배가 넘는다”라며 “우리나라도 제대로 법을 갖춰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같이 국민을 위한 심리 및 상담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해당 법안이 의료법과 상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심리치료’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명확하게 정립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비의료인이 심리·상담 같은 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의료법에 근거한 비의료인의 의료 행위 금지 조항과 상충된다”고 말했다.

또 이미 법제화돼 활동하고 있는 의료 인력들과 업무가 겹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의협은 “임상심리사·정신건강간호사·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역들의 역할과 기능을 배제한 체 법안과 같이 배타적인 새로운 자격과 체계를 갖추게 될 경우, 현장에서는 업무 중복·책임 소재 불분명·자격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자의 의료체계 접근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의협은 “자살 예방과 중증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빠르고 정확한 의료적인 개입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의료적인 조기 개입을 위해 그간 정부와 정신건강 관련 종사자들이 모두 함께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법안은 정신건강이라는 보건의료적인 이슈를 ‘비의료적인 접근’이라 강조하고 있다”라며 “현재도 낮은 정신건강보건의료서비스(상담치료 등)의 접근성을 더욱 떨어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리·상담 국가자격을 신설하는 것은 현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실태 파악을 하고, 상담사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친 이후 교육체계 표준화, 교육기관 인증평가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