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랭킹]

상급종합병원은 단순한 ‘치료의 공간’을 넘어, 국민 건강을 지키는 ‘공공성’도 함께 요구받는 기관입니다. 헬스조선은 상급종합병원의 소통 방식, 전문 분야, 환자 중심 의료 환경 등을 다양한 지표로 비교해 소개하려 합니다. 병원 순위를 매기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공공성과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입니다. 환자에게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가, 병원에는 점검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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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서관 1층 종양내과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최지우 기자
'3분 진료'. 저수가, 환자 쏠림, 의료 불균형, 설명 부족 등 우리나라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응축돼 나온 결과물이다. 병원은 낮은 수가 탓에 '회전율'을 높이려 하고, 의사는 몰리는 환자를 모두 진료해야 해 1인당 진료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특히 환자 수요가 집중되는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에서 이 문제는 뚜렷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직접 확인해 봤다. 안타깝게도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이 실제로 '3분 진료'를 봤다.

◇3분 진료 여전… 혼잡한 대기실에 진료 시간 짧아져
지난 3일 본지 기자들은 동일 시간대인 오후 2~3시 사이 각 병원의 종양내과 외래를 찾아 진찰 시간을 측정했다. 종양내과로 특정한 이유는 암 환자를 진료할 때 예후·치료 방향·약물 부작용·심리 상태 등 긴밀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종양내과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측정을 진행했다.


1인당 평균 진찰 시간은 ▲서울대병원(8분 3초) ▲서울아산병원(3분 58초) ▲서울성모병원(3분 41초) ▲삼성서울병원(3분 1초) ▲세브란스병원(2분 26초) 순이었다. 서울대병원의 진찰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모든 병원에서 환자별로 진찰 시간 편차가 컸는데, 가장 길었던 진찰 시간은 ▲서울아산병원(21분) ▲서울대병원(16분) ▲삼성서울병원(13분) ▲서울성모병원(10분) ▲세브란스병원(6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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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아
동시간대에 측정했지만, 병원별로 진료 의사 수·간호사 수·대기 공간 혼잡도는 차이가 있었다. 진료 의사 수는 서울아산병원이 여덟 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삼성서울병원이 다섯 명, 서울대병원이 세 명이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두 명의 의사가 진료했다.

진료실별 간호사 수는 대다수 병원에서 한 명이 상주하고 있었고, 진료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두세 명이 한 진료실을 관리했다. 해당 간호사들이 일정, 약물 복용 관리 등 상세한 내용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은 대기 공간 혼잡도가 높은 편이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평소보다 복잡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한 환자는 2시 40분에 "1시 예약을 잡고 왔는데 이제야 들어간다"며 "오늘따라 더 복잡하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예약 시간보다 25분 정도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세브란스병원에서는 한 환자가 "모니터에 뜬 예약 지연 시간인 10분보다 더 넘게 지연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찰 시간은 대기실 혼잡도가 영향을 미쳤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한 교수를 기다리는 환자가 늘어나 대기 시간이 두 시간 이상으로 지연되자, 해당 교수는 진찰 시간을 1~2분으로 줄였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대기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자, 진료 시간이 5분 이상 길어졌다.


◇짧은 진료 시간 보완하려 '이런' 노력 중
빅5 병원의 환자 한 명당 평균 진찰 시간은 4분 14초로, 다른 의료기관보다 짧은 편이다. 지난 2022년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사 진찰시간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는 평균 초진 진료 시간이 11.81분, 재진 시간은 6.43분이었다. 직접 가서 살펴보니, 현실적으로 대기하는 환자가 많아 당장 진찰 시간을 늘릴 수는 없는 환경이었다.



각 병원에서는 부족한 진찰 시간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공통으로 항암치료 교육, 영양 상담, 장루 교육, 항암제 부작용 교육 등 구체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 상담이 필요한 내용은 종양내과 전담 간호사가 상담실에서 추가로 설명한다. 실제 진찰 시간을 측정하며 상담실 이용 시간도 간략하게 확인했는데, 적어도 15분은 소요해 상담이 이뤄졌다. 또 병원마다 클리닉별로 설명 간호사실이 존재한다. 진료 이후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정보나 절차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간호사로, 특정 장소에 상주하고 있다. 환자는 해당 장소를 찾아가 문의하면 된다. 진료의 질을 높이고, 빠르게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고자 여러 과 의료진이 한 번에 한 환자의 치료 방향을 수립하는 통합진료 시스템도 모든 빅5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병원별로 부족한 진찰 시간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암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암정보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상주하고 있는 상담 간호사가 있어, 문의하면 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일반 외래 이외에도 중증·전이·희소 질환은 심층 진료를 위한 클리닉을 운영 중이며, 암종별 전문 간호사가 환자 교육과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암 치료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건강 위험과 문제를 주치의처럼 가정의학과를 중심으로 관리해 주는 통합 암 건강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고, 매월 암 환자에게 암병원 주관으로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교수가 만났을 때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나기 전, 증상 등 다양한 정보를 모아 준비한다"며 "첫 방문이라면 간호사가 예진해 각종 임상, 기초 정보를 습득해 진찰 시간 내에는 바로 환자에게 필요한 진찰을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암병원 특화센터인 암지식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환자가 센터에 바로 궁금한 점을 문의할 수도 있고, 의료진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